“9 ·11테러후 ‘이상급등’ 기억말라”…기업가치 충실해야

  • 입력 2003년 2월 10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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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를 잊어라.’

2001년 미국 9·11테러 사건과 그 이후 한국 증시 움직임은 많은 투자자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다. 테러와 전쟁으로 모두가 비관론에 빠졌을 때 한국 증시는 느닷없이 급상승을 시작했다. 이후 증시는 6개월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무려 500포인트나 올랐다.

문제는 이 기억이 너무 강해 많은 투자자들이 또 다시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것을 기대한다는 점. 역사는 반복되기도 하지만, 반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하는 것보다 지금 상황에 충실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세 가지 기억〓9·11테러가 투자자에게 남긴 강한 충격은 대략 세 가지.

모두가 절망한 채 투매를 할 때 증시 반등이 시작됐다는 점, 전쟁이 시작되면서 증시의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점, 주가 반등이 상당히 가파르게 이뤄졌다는 점 등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도 “전쟁이 나면 증시 반등이 시작될 것이다”라는 식의 당시를 연상한 투자 전략이 적지 않다.

상황도 비슷하다. 미국은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준비중이고 최근 유가도 급등했다. 여기에 설과 추석이라는 한국 최대의 명절(2001년에는 추석 직후 주가급등 시작) 근처에서 악재가 폭발하고 있다는 상황도 비슷하다.

▽과거와 비슷할까〓그러나 9·11테러 때와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날지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9·11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돌발적으로 일어난 상황이었다면 이번 미-이라크전쟁은 돌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

2001년에는 테러 다음날 주가가 와르르 무너졌고 10월 이후 주가도 극적으로 올랐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에 대한 긴장이 몇 개월째 계속 이어진 지금 상황에서 이런 드라마틱한 증시 반전을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분석.

또 전쟁 위험이 주가에 이미 반영된 것처럼 ‘전쟁이 끝나면 주가가 오를 거야’라는 기대도 주가에 상당히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시장보다는 기업〓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시장을 예측하고 투자하는 방식은 오히려 불확실성을 더 크게 만든다”고 조언한다. 시장이 전쟁을 기점으로 급반전할지, 아니면 길고 지루한 움직임을 보일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불확실한 시장 예측보다는 개별 기업에 더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 동양종합금융 최현재 연구원은 “지금은 개전 시기 등 ‘알 수 없는 영역’에 집착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저평가 종목을 고르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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