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사장단 인사]50대 초반 약진 큰폭 물갈이

  • 입력 2003년 1월 13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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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초반 해외통의 약진’,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영자에 대한 책임 추궁’.

올해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의 특징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삼성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려 올해 초 사장단 교체는 소규모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새 정부의 출범과 ‘세대교체’ 바람 등 사회적인 변화 등을 감안해 예상을 깨고 비교적 큰 폭의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측은 “40여 명에 이르는 주요 계열사 사장단 가운데 8명만이 새로 승진한 인사들이므로 세대교체는 아니다”면서 “신구(新舊)파와 국내외파의 조화”라고 설명했다.

인사설이 무성했던 윤종용(尹鍾龍)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학수(李鶴洙) 구조조정본부장도 승진이나 이동 없이 유임됐다. 작년에는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동시에 했으나 올해는 사장단이 많이 바뀌는 바람에 임원 인사는 신임 사장의 결재를 거치기 위해 미뤄졌다.

▽승진자 3분의 2가 해외경험자=승진한 사장단 9명 가운데 6명이 해외 주재원 또는 지사장 법인장으로 해외에 근무한 사람들이다.

삼성전자 국내영업을 맡은 이현봉(李鉉奉) 사장은 1976년 삼성전자 입사 때부터 수출과에 근무해 96년 인사팀장을 맡기까지 20년간 해외 업무를 했다. 91∼95년에는 구주본사법인장으로 근무했다.

삼성측은 “국내 영업 담당자도 국내 사정만 알아서는 안되고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인(金仁) 삼성SDS 사장도 94∼97년 삼성SDI 독일생산법인장을 지냈으며 부장 시절에도 10년 가까이 해외 생활을 했다. 이 밖에 삼성코닝정밀유리 이석재(李錫宰·사진), 호텔신라 이만수(李萬洙), 벤처투자 김상기(金相基) 사장도 해외 경험이 풍부하다.

반면 이상현(李相鉉) 전 삼성전자 국내영업 담당 사장은 국내 영업과 마케팅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본사 사장에 내정됐다. 이는 전략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에서의 내수 판매 확대와 유통채널 정비를 통해 중국 내에 제2의 삼성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사회적, 경제적 성과에 대한 책임 묻기=작년에 신용불량자 양산 등으로 사회적 여론이 악화됐던 카드업계 사태와 관련해 이경우(李庚雨) 전 삼성카드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구조본측은 “이 사장의 책임은 아니지만 사회적 문제에 CEO가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카드측은 “이 사장이 97년부터 사장을 맡으면서 높은 실적을 올렸고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역시 작년에 시스템통합(SI)업계 불황 속에서 저가 출혈 납품 등 업계 파란에 함께 연루됐던 삼성SDS도 사장이 바뀌었다. 석유화학 정밀화학 BP화학 등 화학 계열사들은 작년에 경영실적이 별로 좋지 않아 사장들이 대거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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