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욕주 ‘9·11 후유증’ 몸살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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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의 심장’인 월가를 품에 안고 있는 미국 뉴욕주가 9·11테러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자칫 억대 연봉의 최고급 금융 인력들을 다른 주에 빼앗길 위기에 처한 것.

뉴욕주의 고민은 올여름 미 연방정부가 증권거래위원회(SEC), 재무부와 함께 은밀히 ‘비상재해대책’을 발간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월가 금융회사들의 증권거래 관련 백업시설을 뉴욕에서 200마일 이상 떨어진 곳에 지으라”는 권고안이 포함됐기 때문.

미 연방정부는 매일 이뤄지는 수백만건의 증권거래 관련 데이터 흐름이 일시에 정지된 사태를 9·11테러가 몰고 온 최대의 재앙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 물량의 절반을 중개하는 뉴욕은행의 영업이 2∼3일간 마비된 데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권고안은 내년 3월경 의무 규정으로 마련될 전망이다.

월가 금융회사들도 보조를 맞춰 뉴욕은행 모건스탠리 JP모건 등이 각각 올랜도 볼티모어 플로리다 등지로 백업시설을 옮기고 있다.

뉴욕 주정부는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기록 유지, 마케팅 등 후선업무와 관련한 1만5000개 일자리를 다 빼앗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월가의 명성은 이미 80년대 초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뉴욕주 인근 뉴저지와 코네티컷주가 짧은 통근시간, 과세 혜택, 낮은 부동산 가격 등을 앞세워 대대적인 유치전을 벌였기 때문.

당시 많은 투자은행들이 뉴저지주의 저지시티와 코네티컷주의 스탐퍼드로 옮겨가면서 세계 금융가에서는 ‘월가’라는 말 이외에 ‘세 주에 걸쳐 있는 금융중심지(tri-state financial services megaplex)’라는 말이 회자됐다.

뉴욕주의 증권산업 인력고용 점유율은 80년대 초 40%에서 최근 25%가량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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