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보고서 “대출억제로 신용불량 더 늘어”

  • 입력 2002년 12월 5일 17시 54분


최근 신용불량자 증가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직접적인 카드업 규제는 개인파산 급증, 카드산업 경쟁력 약화 등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금융제도자문위원회는 5일 ‘한국 신용카드 시장의 현상과 선진화 과제’ 보고서에서 현금대출 규모 제한,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정부의 직접 규제는 시장의 순기능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7월1일부터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현금대출을 전체 채권액의 50%로 제한함으로써 카드사들은 현금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카드결제를 늘리기 위한 과당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경희대 박상수(朴商秀·국제경영학) 교수는 “여신을 전문으로 하는 카드사에 대한 현금대출 규제는 기본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것”이라면서 “오히려 과당경쟁으로 인한 소비촉진과 카드사 부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영업활동을 직접 규제하지 말고 무분별한 카드발급이나 과도한 현금대출로 인해 기업이 부실화되면 시장원리에 따라 퇴출된다는 강력한 신호를 주어 카드사 스스로 위험관리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인위적으로 통제하거나 가두 및 방문 모집을 금지하는 것도 시장 원리를 위축시키는 대표적인 규제로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신용불량자를 줄이기 위해 갑자기 직접 카드산업에 개입함으로써 수요자들이 대금업, 사채시장 등으로 몰리고 개인파산자와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작 정부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에는 둔감하다면서 ‘소비자 신용보호에 관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 선임연구위원은 “후발업체들이 다수 참여하면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정부는 시장 친화적 정책을 펴야 하지만 시장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정부개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정부는 카드업계가 자체적 개선노력을 하도록 유도하면서 직접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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