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타매매 실패사례]"좀더 길게 봐야 했는데"

  • 입력 2002년 12월 4일 17시 46분



“큰 손해는 아닙니다만, 원칙을 어기는 바람에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부끄럽습니다.”

개인투자자 강모씨(31)는 최근 줄자 만드는 회사인 코메론 주식으로 단타매매를 하다 손해를 봤다. 평소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탓에 여간해서는 단타매매를 하지 않는 강씨지만 순간의 유혹에 빠져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다 낭패를 본 것.

▽“너무 뻔해 보였다”〓강씨는 9월 중순경부터 코메론에 투자했다. 코메론은 줄자 분야에서 세계 3위 기업으로 탄탄한 실적과 주주중심 경영을 자랑하는 우량주.

강씨는 다양한 분석 끝에 당시 4700원선이던 주가가 저평가 상태라고 판단하고 약 2000주를 샀다. 강씨가 설정한 목표주가는 7000원. 워낙 실적이 좋은데다 시가 기준 배당수익률도 8%가 넘어서 느긋하게 1년 이상 기다리면 7000원까지는 충분히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투자한 강씨가 갑자기 단타 매매로 마음을 바꾼 것은 지난달 말. 코메론 같은 가치주는 주가가 짧은 기간에 급등하는 일이 좀처럼 없다. 그런데 이 회사 주가가 지난달 20일부터 5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4680원이던 주가가 26일 5200원까지 껑충 뛴 것.

“‘이렇게 주가가 급등하면 조정을 받는 게 당연하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5000원까지는 떨어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5200원에 팔고 5000원까지 떨어지면 다시 사려고 했죠.”

단기 급등 후 조정은 증시에서 상식이다. 주가 하락이 너무 뻔해 보였기에 강씨는 장기투자 원칙을 버리고 주식을 5200원에서 팔았다.

그러나 코메론은 강씨에게 다시 주식을 살 기회를 주지 않았다. 28일 5050원까지 잠깐 떨어졌지만 29일부터 주가가 다시 급등했다. 12월2일 주가 10% 상승, 3일에도 3% 상승. 코메론은 강씨의 소망을 멀리하고 어느덧 5500원선까지 껑충 뛰어버렸다.

▽가치투자의 원칙〓성공한 가치투자자들은 ‘언제 살 것인가’ 못지않게 ‘언제 팔 것인가’를 중시한다.

가치P&C 박정구 사장은 언제 팔 것인가에 대해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첫째, 애초 생각했던 투자 아이디어가 바뀌었을 때. 패스트푸드 업체에 안정적으로 육류를 납품하는 점을 높이 사 ‘선진’이라는 회사에 투자했다. 그런데 선진이 기대와 달리 맥도날드에 납품을 중단했다. 그렇다면 선진을 팔아야 한다.

둘째, 애초 설정한 목표 주가에 도달했을 때.

셋째, 목표주가까지는 오지 않았지만 보유 종목보다 더 싸고 좋은 주식을 발견했을 때.

가치투자자의 주식 매도 원칙에는 ‘오늘 팔고 내일 사면 이익을 볼 것 같을 때’는 없다. 저평가된 우량주를 발굴하고 기다리기로 작정했다면 단기간 주가의 출렁임은 모른 척해야 한다는 것. 실제 단기간 주가 등락을 이용하려 해도 강씨처럼 손해를 보는 일이 더 많다.

박 사장은 “좋은 기업을 발굴했다면 주가가 제 가격을 받을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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