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오뚜기-가스公 왜 안떨어지지 ?”

  • 입력 2002년 10월 15일 18시 08분



‘영업이익률이 높은 기업, 즉 많이 남기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다.’

투자자들이 종목을 고를 때 상식처럼 생각하는 기준이다.

그러나 현명한 투자자라면 상황에 따라 거꾸로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오뚜기와 한국가스공사처럼 이익을 아주 조금 남기고도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는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낮은 영업이익률〓‘영업이익률’이란 물건을 팔았을 때 얼마를 남겼느냐를 나타낸 수치로 기업의 장사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다. 보통 10%는 넘어야, 즉 100원을 팔면 10원은 넘게 남겨야 “장사 잘 하네”하는 소리를 듣는다.

오뚜기의 올해 반기 영업이익률은 고작 3.34%. 이것도 엄청 좋아진 수치로 지난해까지 영업이익률은 2%에도 못 미쳤다.

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11%. 정부가 보장한 독점기업치고는 너무 낮은 이익률이다.

그런데도 두 회사는 하락장이 시작된 4월보다 최근 주가가 더 높다. 전문가들이 꼽는 두 회사의 강점은 역설적이게도 낮은 영업이익률에 있다.

▽한국가스공사〓가스공사는 가스를 팔 때 마진을 회사가 아니라 정부가 결정한다. 이를 보수율이라고 하는데 이 보수율은 금리에 연동돼 있다. 정부가 “가스공사 너희는 금리만큼만 벌어”하고 정해주는 셈이다.

금리가 계속 하락하면서 가스공사 영업이익률도 최악으로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매출은 7조원인데 순이익은 고작 2968억원이다.

정부가 가스공사를 죽이겠다고 마음먹지 않는다면 더 이상 보수율을 낮추기는 어려운 수준까지 떨어졌다. 금리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별로 없다. 전문가들도 가스공사의 보수율이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오뚜기〓오뚜기의 영업이익률이 낮은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성장 중심의 전략을 펼친 때문. 시장점유율 80%가 넘는 케첩 마요네즈 등 소스시장 및 3분카레 등 레토르트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사업을 라면과 참치 시장으로 확대했다.

이제 확장 전략이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에 왔다는 평가. 2%에 못 미치던 영업이익률이 올해 상반기 3.34%로 높아진 것도, 줄기차게 늘어나던 부채가 지난해를 기준으로 줄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사업 확장을 마무리짓고 그 열매를 거둘 시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대학투자저널 최준철 발행인은 “두 회사는 매출이 커 영업이익률이 단 1%만 좋아져도 이익이 크게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며 “두 회사 모두 최악의 상황을 통과했고 강력한 독점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낮은 영업이익률이 서서히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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