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오로지 연구만→최악' R&D또 다른 해석

  • 입력 2002년 10월 8일 18시 14분


“연구개발(R&D)에 힘을 쏟는 회사는 미래가 밝다”는 말은 당연하고 옳은 것처럼 들린다. 특히 정보기술(IT) 관련 벤처기업이 주류를 이루는 코스닥 투자자들은 이런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 연구개발 인력이 많고 연구개발비의 비중이 높은 회사는 ‘미래를 선도할 기업’으로 인정받아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코스닥 등록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기업의 연구개발을 투자자 입장에서 다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회사의 실적과 주가는 그 회사가 얼마나 연구개발에 힘을 쏟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성과물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연구개발이 필요 없는 회사〓주식투자자에게 가장 좋은 투자 대상은 연구개발을 많이 하는 회사가 아니라 연구개발이 전혀 필요 없는 회사.

연구개발은 말 그대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일 뿐이어서 기업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연구개발이 성공해 돈을 벌어도 이를 다시 연구개발에 쏟아 부어야 한다면 회사 이익이 주주들의 부(富)로 쌓이기 어렵다.

미국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평가받는 피터 린치는 “바보가 경영을 해도 망하지 않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말한 적이 있다. 특별히 연구하고 개발하지 않아도 잘 굴러가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의미.

▽적절한 연구개발〓어떤 회사가 암 치료에 획기적인 효과가 있는 신약을 개발한다는 등의 소문이 돌면 그 회사 주가가 뛴다. 그러나 이렇게 뛴 주가는 며칠 못 가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

주가가 그림자라면 그 실체는 기업의 실적. 주가가 오르려면 연구개발이 실적에 연결돼야 한다. 그리고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비용도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과거 여러 차례 연구개발을 통해 좋은 성과물을 낳았고 이로 인해 높은 실적을 올린 역사가 있는 회사, 연구개발 비용이 회사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높지 않은 회사, 이것저것 손대지 않고 회사가 집중해야 할 영역에 연구 역량을 투입하는 회사가 바람직하다.

▽최악, 연구개발만 많이 하는 회사〓가장 조심해야 할 회사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증자를 통해 주주들에게 돈을 얻어 연구개발을 하는 회사. 연구개발은 많이 하는데 구체적인 성과가 없을 경우 특히 위험하다.

코스닥 등록 벤처기업 가운데 이런 회사가 많다. 회사 직원 대부분이 연구개발 인력이고 회사가 쓰는 돈의 대부분이 연구개발비인 회사, 매년 매출의 20∼3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회사라면 투자를 삼가는 게 좋다. 그 회사가 시대를 선도하는 벤처기업일 수도 있지만 영원히 연구개발만 하다 끝날 회사일 수도 있기 때문.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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