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름다운 장학재단

  • 입력 2002년 7월 18일 18시 29분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은 시장경제 사회의 미덕이지만 몸소 실천하는 기업가들은 드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나 자신이 공들여 쌓은 부(富)를 내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기업가에게 강요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그보다는 사회환원의 모범을 보인 기업가에게 사회구성원들이 칭찬의 박수를 보내고 이 같은 선례를 축적해 가면서 차츰 공감대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 이 점에서 5000억원 규모의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을 다음달 출범시키는 삼성그룹의 사례는 때마침 아름다운 귀감이 되고 있다.

이 재단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상무보 부자가 사재를 출연하고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추가출연에 참여해 설립하는 국내 최대의 장학재단이다. 이 돈으로는 해마다 100명의 해외유학생을 선발해 연간 5만달러씩 지원할 수 있다고 한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핵심인재를 양성한다’는 재단 설립취지는 시기적절하다. 각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우리는 이공계 기피와 기초학문 소외 등 오히려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느낌이다.

재능과 소질은 있지만 여건상 자신의 뜻을 키울 수 없었던 인재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장학생 선발방침에도 공감한다. 같은 조건이라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기업이 세운 재단으로서 부의 재분배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다.

기업이 설립한 공익재단 중에는 세금 회피 등 순수한 목적이 아닌 경우가 많아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전 삼영화학 이종환 회장이 3000억원의 장학재단을 설립한 데 이어 삼성그룹이 5000억원의 재단을 만듦으로써 사회기여에 대한 기업 안팎의 분위기가 일신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우리 경제는 무한경쟁만 존재하지, 더불어 사는 배려가 부족한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삼성장학재단을 계기로 사회의 건강성 회복과 불평등 해소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