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대기업 리더들<36·끝>]현대-쌍용과 옛 대우계열사

  • 입력 2002년 6월 24일 18시 39분


【기업은 흔히 생명체에 비유된다. 과거 명성이 아무리 높아도 현재 경쟁력이 없으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대신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힘을 회복하면 화려한 부활도 가능하다. 때로는 인수합병이나 매각을 통해 ‘유전자’가 다른 기업에 전달돼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도 한다. 외환위기 이전 한국을 대표하는 상위 그룹으로 우뚝 서 있던 현대, 대우, 쌍용그룹은 지난 4년간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다. 그룹 전체가 부도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던 현대와 쌍용은 일부 계열사가 분리되거나 매각돼 소그룹으로 축소됐다. 대우는 전 계열사가 모두 분리돼 각자 독자생존의 길을 가고있다. 이제 구조조정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들 회사들은 제2의 도약을 꿈꾸며 힘을 비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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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순-김윤규 사장등 명가재건 선봉에▼

▽‘명가(名家)’의 부활을 꿈꾸는 현대〓과거 재계 서열 1위였던 현대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계열 분리되면서 서열 13위의 ‘작은 현대그룹’으로 남게 됐다. 현대상선, 택배, 엘리베이터, 종합상사 등 12개 계열사 중 현대증권 등 금융 3사의 매각작업이 끝나면 규모는 더욱 축소된다.

부활의 발판을 마련해줄 현대상선의 장철순(張哲淳)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현대상선의 구조조정과 경영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줄곧 영업부분을 전담해온 장 사장은 최근에는 발레니우스빌헬름센라인스(WWL)와 현대차 컨소시엄에 자동차 운송사업 부분 매각작업에 성공했다.

평양 방문 횟수만 30여차례, 김정일(金正日) 위원장과의 면담도 5차례에 이르는 등 대북(對北)사업의 전도사로 평가받는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은 한때 위기에 몰렸던 대북 사업을 다시 활성화시키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강명구(姜明求) 현대택배 부회장은 1972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후 중공업, 전자, 건설, 구조조정본부 등 그룹내 주요 조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현대건설 근무 시절부터 대외관계 업무를 맡는 등 섭외력이 뛰어나 마당발로 불린다.

홍완순(洪完淳) 현대증권 부회장은 증권에서 뼈가 굵은 정통 증권맨으로 2000년부터 대표이사에 선임돼 현대증권을 이끌고 있다. 최근 매각협상으로 회사가 흔들릴 때도 특유의 인화력으로 회사를 업계 2위권으로 지켜냈다.

현대종합상사의 박원진(朴源珍) 사장과 현대엘리베이터 최용묵(崔容默) 부사장은 대외 활동을 줄이고 철저한 내실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계열분리 작업과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작업을 지휘해온 김재수(金在洙) 구조조정본부장은 남아있는 구조조정 작업의 원활한 마무리를 위해 중간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명호근-염정태 사장등 구조조정 총지휘▼

▽내실 있는 중견기업 지향하는 쌍용〓외환위기 이후 쌍용차, 정유, 제지, 증권, 중공업, 화재 등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며 구조조정을 해온 쌍용그룹은 쌍용양회를 중심으로 건설, 정보통신, ㈜쌍용, 남광토건, 용평리조트, 해운, 캐피털 등 8개사가 남았다. 정보통신과 용평 리조트는 매각 작업이 진행중.

쌍용양회 명호근(明浩根) 사장은 증권과 화재 사장을 역임한 금융전문 경영인. 일본의 태평양시멘트로부터 외자유치에 성공했고 채권단으로부터 출자전환을 신속하게 처리했다.

쌍용정보통신의 염정태(廉正泰) 사장은 ㈜쌍용 이사로 일하던 시절 중동전이 한창이던 이란에 기관차 수출을 성사시킬 정도로 집념이 대단한 경영자.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규모가 크건 작건 최종 마무리가 될 때까지 모든 절차를 꼼꼼히 챙긴다.

외환위기 이후 남광토건을 건설업계 최초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서 졸업시킨 이범익(李範益) 사장은 직원들에게 “철저한 프로의식을 갖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라”고 끊임없이 주문하고 있다.

㈜쌍용의 조국필(趙國弼) 사장, 용평리조트 김대욱(金大郁) 사장, 쌍용해운 박무인(朴武仁) 사장, 쌍용캐피털 차정의(車政義) 사장도 현장 경영을 강조하며 내실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정성립-양재신-이태용 사장 자립기반 마련▼

▽‘눈물의 재기’ 다지는 옛 대우 계열 3개사〓99년 8월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대부분의 계열사들은 청산됐거나 매각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탄탄한 기술력 및 영업력과 함께 아직도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대우’라는 브랜드 파워를 통해 대우그룹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회사들도 있다. 대우조선해양 대우종합기계 대우인터내셔널 등 3개사다.

대우조선해양(옛 대우조선)은 지난해 8월 대우 계열사들 가운데 가장 먼저 워크아웃을 벗어났다. 정성립(鄭聖立) 사장은 81년 대우조선 입사 이후 주로 해외영업에 주력해온 영업통으로 2001년 7월 사장직에 올랐다. 엔지니어 출신이면서도 해외지사에서 10년간 근무하며 경영 전반을 익혔다.

대우종합기계 양재신(梁在信) 사장은 99년말 대우자동차 폴란드 사장에서 ‘구원투수’ 임무를 받고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종합기계 사장으로 긴급 투입돼 회사 정상화를 무리 없이 이끌고 있다. 대우종합기계는 작년 11월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두 번째로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대우 무역부문에서 떨어져 나온 대우인터내셔널 이태용(李泰鎔) 사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하루라도 일찍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국민 경제에 누를 끼친 점에 대해 조금이라도 속죄하는 길이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76년 ㈜대우에 입사해 26년 동안 수출 현장에서 뛰고 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현대그룹의 주요 경영진
회사직위이름나이학력출신
현대상선사장장철순56남원고, 연세대 행정학전북 전주
현대아산사장김윤규58성동공고, 서울대 기계공학경기 수원
현대종합상사사장박원진56경북고, 고려대 경영학대구
현대택배부회장강명구56휘문고, 동국대 법학서울
현대증권부회장홍완순59충주고, 경희대 법학충북 충주
현대엘리베이터부사장최용묵54대전고, 성균관대 상학대전
현대구조조정본부사장김재수54중동고, 연세대 경영학강원 강릉

쌍용그룹의 주요 경영진
회사직위이름나이학력출신
쌍용양회사장명호근56경남고, 서울대 법학충남 서산
쌍용정보통신사장염정태58경복고, 고려대 법학경남 마산
㈜쌍용사장조국필54중앙고, 한양대 건축공학서울
남광토건사장이범익57서울고, 서울대 토목공학서울
용평리조트사장김대욱56부산고, 동국대 경영학경남 남해
쌍용해운사장박무인56경기고, 서울대 지리학인천
쌍용캐피탈사장차정의61경기상고, 건국대 회계학서울

옛 대우그룹 계열사들의 주요 경영진
회사직위이름나이학력출신지
대우조선사장정성립52경기고, 서울대 조선공학서울
대우종합기계사장양재신60전주고, 서울대 기계공학전북 전주
대우인터내셔널사장이태용46보성고, 서울대 경영학서울
자료:각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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