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신산업 무엇이 문제인가<하>

  • 입력 2002년 6월 16일 20시 38분


최근 펀드판매망이 빠르게 확장되고 정부가 집합증권투자법(가칭) 제정을 추진하는 등 펀드산업 활성화와 건전화를 위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해서 전문화된 펀드가 부족하고 펀드 지배구조가 낙후됐다는 점 등은 여전히 개선해야 할 과제다.

▽펀드판매망 확대〓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펀드판매사는 13개 증권사와 9개 은행. 특히 은행 판매사들은 1·4분기에 전체 자금의 85%를 유치하면서 이 회사가 주식형 수익증권에 가장 많은 자금을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회사 측은 “은행은 증권사보다 지점이 많고 은행 손님이 증권사 손님보다 간접투자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은행 역시 저금리 상태가 지속돼 예금상품 판매가 줄고 금융당국이 은행신탁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어 펀드 판매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7월 펀드와 성격이 비슷한 변액보험 상품을 팔기 시작했고 수익증권도 팔 수 있게 해달라고 금감원에 신청해 놓은 상태다. 증권업계도 기존의 증권매매 업무와 기업금융 외에 펀드판매를 중심으로 한 소매금융 분야에도 힘을 쏟고 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펀드가 전문화된 투자상품으로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펀드의 판매망이 확대되면 투신운용사의 수탁고가 늘어나 수익이 많아지고 간접투자시장이 넓어져 투신산업이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법규와 감독활동 강화〓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법규와 느슨한 감독은 그동안 펀드의 투명성과 신뢰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정부가 올 가을 정기국회 상정을 목표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집합증권투자법은 이 같은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것. 이석준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은 “투자신탁과 자산운용, 은행신탁 등에 별도로 적용되고 있는 3개 신탁관련법을 하나로 통일해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것이 입법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법을 통해 ‘수탁자’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 펀드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탁자란 투신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신탁 재산을 보관하고 관리하면서 신탁금의 납입 등을 담당하는 은행을 말한다. 이 과장은 “수탁은행이 운용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는 역할을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피델리티의 성공요인과 한국 투신산업〓투자신탁협회는 3월 발간한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성장과정 및 성공요인’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 최대의 투신운용사 피델리티의 성공 비결을 6가지로 꼽았다. △우수 인력 양성 △성공적인 신상품 개발 △뛰어난 홍보전략 △고객자산의 장기 유치 △컴퓨터시스템에 대한 과감한 투자 △유능한 최고경영자(CEO) 등이다.

보고서에 나타난 미국의 현실은 한국과 차이가 크다. 대표적인 것이 인력 문제다. 한국의 펀드매니저는 1, 2년이 멀다하고 회사를 자주 옮긴다. 반면 마젤란펀드 등 피델리티의 상위 10개 펀드를 운영하는 펀드매니저는 평균 재직기간이 15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국 투신운용사의 CEO들도 회사의 장기경영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1, 2년 근무한 뒤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리를 떠나는 등 단명하기로 유명하다.

한편 투신협회는 2000년부터 “신상품개발을 가로막는 상품개별승인제도를 폐지하고 투신운용사도 펀드를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색이 없는 혼합형(주식혼합형과 채권혼합형 등) 펀드를 줄이고 미국처럼 투자대상과 전략에 따라 주식형 채권형 섹터펀드 등으로 펀드를 전문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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