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車부품업체 '계열 파괴' 붐

  • 입력 2002년 6월 9일 22시 51분


한 부품회사가 한 자동차회사에만 납품하는 자동차업계의 수직적 관계가 깨질 움직임이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회사가 수직 계열화를 통해 한 부품을 한 회사와만 독점 거래하던 관행이 깨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로비에 의존해 납품권을 따내던 일부 부품업체는 다른 업체와 가격 및 품질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과거엔 자동차회사에 생사여탈권〓대우자동차 최대 협력사인 한국델파이는 지난달 27일 발족한 현대 기아차 부품산업발전협의회에 참가했다. 현대자동차 최대 협력사인 만도는 최근 대우차에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자동차 부품회사의 이런 전략 변화는 ‘한 부품회사는 한 자동차 회사에 납품할 수밖에 없다’는 불문율이 깨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그동안 부품회사들은 아무리 제품 경쟁력이 높아도 여러 자동차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기 어려웠다.

자동차업계 전문 컨설턴트인 윤재석씨는 “현대차 등은 부품의 품질향상을 위해 부품업체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자본을 출자해 이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수직 계열화 전략을 택했다”며 “이런 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자동차회사가 부품회사의 생사여탈권을 갖는 예속적인 관계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론 로비가 안 통해〓폐쇄적인 수직계열화가 깨지기 시작한 것은 자동차회사들의 인수 및 합병이 시작되면서부터. 르노삼성차는 삼성차를 인수한 뒤 현대나 기아 부품업체를 끌어들이려 노력해 왔고 작년에는 ‘SM3’ 생산계획을 세우면서 현대 기아차 협력업체 참여를 더욱 확대했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대부(代父)격인 현대차 역시 기존 협력업체보다 경쟁력이 높은 업체들을 찾아나서며 부품업체간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GM의 대우차 인수는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제임스 보벤지 GM 본사 구매담당상무는 3일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우차 1차 협력업체인 275개 부품회사의 기술력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이들 중 경쟁력이 있는 부품업체는 대우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GM공장에 납품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고문수 상무는 “자동차 업계의 수직적 계열화가 초기에는 부품업체의 발전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구조가 지속되면서 부품업체가 기술개발이나 원가절감에는 소홀하고 로비에만 열중하는 등 부작용이 심했다”며 “부품업체 역시 완성차업체 못지않게 전 세계적인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이병기기자 eye@donga.com

자동차 회사와 협력업체 거래 현황 (2000년말 기준)
 거래 자동차 회사 수 합계
1개사 2개사3개사4개사
협력업체 수5282099574906
비율(%)58.323.110.58.1100
자료: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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