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정관리기업 "다시 날자"…나산등 영업이익 늘어

  • 입력 2002년 4월 29일 17시 40분


경영난으로 한때 나락으로 떨어졌던 법정관리 기업 가운데 최근 영업실적 호전에 힘입어 ‘회생의 날개’를 펴는 곳이 많아 눈길을 끈다.

특히 극동건설 나산 대한통운 미도파 세계물산 신성통상 일신석재 일화 등 8개사는 지난해 경영실적이 우수하고 빚을 잘 갚은 공로로 관리인들이 법원에서 사상 첫 특별상여금을 받았다.

▶본보 29일자 A14면 참조

경영 형편이 좋아진 법정관리기업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업종별로는 의류와 건설업이 많다. 또 원래 영업 기반이 탄탄했는데 계열사가 무너지는 바람에, 또는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리다가 침몰한 곳이 많다. 채권단의 지원이 헛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했다는 공통점도 엿보인다.

▽의류업계, 수익성 중심 경영 효과〓나산은 지난해에 전년대비 18.5%의 매출신장률과 71.9%의 영업이익신장률을 보인 데 이어 올해도 상승세다. 올해 1·4분기(1∼3월)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7% 증가한 578억여원, 영업이익은 68.9% 늘어난 109억여원이었다.

세계물산과 신성통상은 지난해 하반기(7∼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와 19%, 영업이익은 73%와 64%씩 늘었다. 신성통상 오윤균 기획실장은 “지난해부터 의류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는 징후가 뚜렷하다”고 밝혔다.

의류업종 기업은 매출액보다 수익성 개선 속도가 훨씬 빠르다. 영업 체질을 외형 위주에서 내실 위주로 바꾼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곽성철 세계물산 기획실 차장은 “외환위기 이전에는 수익성을 따지지 않은 채 마구 대리점을 만들어 ‘밀어내기식’ 영업을 했지만 지금은 ‘조금 만들어 다 팔자’는 전략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백영배 나산 관리인은 “법정관리 전 1250명이던 인원을 350명으로 줄이고 수익이 나지 않는 브랜드와 유통점은 과감하게 폐쇄했다”면서 “국내 의류업체들이 무분별한 사업확장이나 외형 경쟁만 자제한다면 외국 브랜드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 회복의 수혜가 큰 건설업계〓극동건설은 1998년 12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2000년에도 6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보는 등 경영난에 허덕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한 396억원이었고, 당기순이익도 116억원이나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이 작년 동기보다 27%, 영업이익이 59%, 당기순이익이 72%씩 늘었다.

건축석자재 전문업체인 일신석재는 1·4분기 매출이 104억여원으로 56%가량 신장됐다. 영업이익은 8억2500만원으로 152%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적자에서 3억7300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법정관리 업체는 아니지만 워크아웃 업체들의 실적도 눈에 띈다.

지난해 말 현재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건설 쌍용건설 남광토건 경남기업 벽산건설 등 5개 건설업체 가운데 남광토건은 12일 워크아웃에서 졸업했고 나머지도 모두 올해 안에 졸업할 전망. 특히 대우건설은 지난해에 2800억원 적자이던 영업이익을 2100억원 정도의 흑자로 돌려놓고 부채비율도 2000년말 461%에서 이달 초 196%로 낮췄다.

▽법정관리를 전화위복의 계기로〓대한통운은 예나 지금이나 육상 물류업체 가운데 부동의 1위로 꼽힌다. 1조원 가까운 매출에 수익성도 탄탄하다. 이런 대한통운도 모(母)기업인 동아건설이 무너지면서 동반 몰락했다.

그러나 대한통운은 동아건설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한통운은 1분기 2590억원의 매출을 올려 157억원의 경상이익을 남겼다. 정리계획상 연간 경상이익 목표인 153억원을 한 분기만에 뛰어넘은 것.

한때 5대 백화점의 반열에 들었던 미도파는 1분기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4%, 영업이익이 21.5%,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이 43.4%씩 늘어났다.

이밖에 80년대 중반 보리음료 ‘맥콜’신화의 주인공인 일화는 과다한 설비투자에 따른 실패를 교훈삼아 꾸준히 실속 위주의 경영을 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대부분의 법정관리 기업이 자력 회생을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실적 호전을 계기로 인수합병 등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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