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동원/대우차 지금 박수칠 땐가

  • 입력 2002년 4월 11일 18시 30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대우자동차 채권단의 대우차 매각협상이 타결된 뒤 정부와 채권단 관계자들은 “무거운 짐을 벗었다”며 홀가분한 표정이다. 대우차가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소리도 많이 들린다.

그동안 대우차 처리문제가 한국경제의 큰 골칫거리였고 매각협상이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분위기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지금 박수만 칠 수 있을까.

우선 대우차의 생존 여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자동차산업 전문가인 서울대 경영대 주우진 교수는 “영국 자동차업체인 로버를 혼다와 BMW 등이 잇달아 인수했지만 결국 로버는 채권단 관리를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대우차가 GM의 하청기지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브랜드 유지는 대우차가 독자적 생산거점으로 지위를 지킬 수 있을지를 좌우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잭 스미스 회장 등 GM의 경영진들은 대우차를 인수한 후에도 ‘대우 브랜드’를 유지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GM 측은 이번 최종협상에서“브랜드 문제는 시장 상황을 봐가며 GM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한발 빼 여운을 남겼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는 “이번 매각협상은 기회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네거티브 없애기’였다는 점에서 협상이 끝난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때 잘나갔던 한국의 신발산업이 브랜드와 연구개발(R&D) 부재로 80년대 후반부터 몰락의 길로 떨어졌다는 사실도 교훈으로 삼을 일이다.

이번 대우차 매각이 ‘절반의 성공’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멋진 딜(deal)’이었다는 평가가 내려질 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김동원기자 경제부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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