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전업계 “이젠 환경이다”

  • 입력 2002년 2월 6일 17시 26분


가전업계에 환경바람이 불고 있다. 세제 없는 세탁기, 소비전력이 적게 드는 냉장고, 산소 에어컨, 페인트 칠하지 않은 TV 등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들이 앞다퉈 나온다.

6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올해 에어컨 시장의 화두는 ‘산소’가 될 전망. 삼성 LG 대우 등 가전 3사가 모두 산소에어컨을 선보였거나 선보일 예정이다. 대우의 ‘수피아’ 삼성의 ‘블루윙’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산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사용시 자주 환기할 필요가 없어 소비전력도 크게 줄어든다.

대우전자는 지난해 세제가 필요없는 세탁기 ‘마이더스’를 내놓았다. 헹궈낼 세제 찌꺼기가 없기 때문에 기존 세탁기보다 물을 절반 가량 절약할 수 있고 옷감손상 가능성이 적은 것이 최대 장점. 세탁 효과 논란을 떠나 이 제품이 시장에 나온 것 자체가 환경친화적 제품을 개발하려는 전자업체 노력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냉매를 줄인 에어컨도 있다. 만도공조는 차량에어컨처럼 부피가 적은 실외기(Super compact condenser)를 가정용에어컨에 적용한 ‘위니아 에어컨’을 선보였다. 실외기는 냉매를 순환시켜 공기를 냉각시키는 작용을 한다. 크기가 30% 줄어들면 냉매 사용량도 30% 줄어들어 전기 5%, 무게 30%, 소음 10%가량을 줄인다는 게 회사측 설명.

대우는 또 TV 케이스에 페인트를 칠하지 않아도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기술을 개발해 25,29인치 저가형 TV에 적용하고 있다.

동양매직은 기존 제품보다 33%가량 물이 절감되는 식기세척기를 자랑하고 있으며 대양은 ‘산소스탠드’를 내놓고 있다. 또 세탁기 전자레인지 에어컨 등 소비전력을 최소화하는 제품은 끝없이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부품공급 단계에서부터 환경이 강조되기도 한다. LG전자는 최근 친환경 부품공급 시스템을 도입해 협력업체가 환경관련 법규와 규제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LG는 올해 30여개의 PDP TV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적용해본 뒤 모든 TV 제품으로 확대할 계획.

친(親) 환경제품이 각광받는 이유는 ‘환경’이 21세기의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 유럽시장에서는 환경 1등급을 받지 못한 냉장고 에어컨의 판매가 금지돼있다. 한국에서도 전기소모량이 많은 전기제품에 전기료를 크게 물리는 전기요금 누진제가 지난해부터 도입됐다. 이에 따라 전자업체 연구개발실에서는 ‘대기전력 1와트 줄이기 전쟁’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성규식 삼성전자 환경안전팀 부장은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에서 환경이 새로운 의제로 채택되면서 선진국의 무역규제가 보다 강화될 전망”이라며 “이제 친환경 제품생산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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