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울산 현대중공업 현장 르포

  • 입력 2002년 1월 16일 18시 11분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의 작업광경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의 작업광경
“조선업도 앞으로는 첨단 자동화산업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용접기 하나씩 들고 배 이곳저곳에 매달려 작업하던 일은 이제 옛날 얘기지요.”

15일 세계 최대인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만난 이 회사 주춘근(朱春根·55) 기정(기능직 부장)은 요즘 조선소의 작업 현장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30년째 배를 만들며 청춘을 보낸 주 기정의 말대로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손꼽히던 조선업이 자동화를 통해 첨단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는 곳곳에서 자동화기기가 사람을 대신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철판을 다양한 크기로 자르고 조립하는 가공공장. 유리박스로 된 조종실 안에 있는 김경환씨가 컴퓨터 자판의 키를 몇 번 누르자 조종실 밖에 있는 자동절단기가 선반 위에 올려진 철판 위를 옮겨다니며 부지런히 철판을 자른다. 김씨는 “몇년 전만 해도 10여명이 달라붙어야 했던 일을 지금은 자동절단기 한 대가 가볍게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너편 패널 접합공장에서는 로봇 팔 모양의 자동용접기 수십여 대가 춤을 추듯 움직이며 불꽃을 내뿜는다. 이 공장은 작게 조립된 철판을 이어 붙여 최대 가로 40m, 세로 40m의 대형 블록을 만드는 곳. 이 블록들을 독(dock) 안에서 마치 레고를 조립하듯 짜맞추면 배가 완성된다.

패널 접합공장의 자동화 덕분에 점점 더 큰 블록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독 안에서의 작업기간은 계속 단축되고 있다. 그만큼 생산성이 높아졌다. 9개의 독이 있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연간 60여척의 배를 만들다보니 독 작업기간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생산성 향상의 핵심이다.

대형 블록을 공장에서 독까지 옮기는 트랜스포터도 블록 대형화에 큰 몫을 하고 있다. 트랜스포터는 10층 건물 크기의 블록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조용수(曺龍洙) 과장은 “자동화 덕분에 과거의 절반 수준인 300개 안팎의 블록으로 배 한 척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용접 분야의 자동화가 가장 큰 관심사. 용접공의 숙련도가 배 전체의 품질을 좌우할 정도이기 때문. 울산조선소의 용접 자동화는 1997년 20∼30% 수준에서 현재 70%까지 높아졌다.

이와 함께 인력절감 효과까지 가져다줬다. 74년 준공 당시 3개 독에서 3만4000여명이 근무했는데 지금은 8000여명이 9개 독에서 일한다.

현대중공업은 83년부터 작년까지 19년째 선박 건조량 기준 세계 1위의 조선업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에도 78억5000만달러어치를 수주하고 45억달러어치의 수출을 달성한다는 계획.

최길선(崔吉善) 사장은 “독 작업의 자동화는 한계가 있지만 공장 내 작업은 아직도 자동화의 여지가 많다”며 “앞으로도 자동화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산〓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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