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현장 체감경기 비교]소비는 '기지개' 생산은 '겨울잠'

  • 입력 2001년 12월 10일 18시 18분


패밀리레스토랑 ‘토니로마스’를 운영하는 썬앳푸드의 김재철 마케팅팀장은 요즘 경기가 좋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올 상반기만 해도 작년보다 줄었던 매출액이 여름을 고비로 조금씩 늘더니 9월부터 급증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토니로마스 명동점의 매출액은 3∼4월에 작년보다 2∼3% 줄었지만 9월(24.0%), 10월(28.6%)에 이어 11월에는 매출 증가율이 31.5%로 치솟았다.

김 팀장은 “경기 변화에 민감한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사이의 젊은 직장인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가 살아나고 있지만 생산관련 지표는 여전히 부진한 양상. 제조업의 핵심 부품인 베어링 판매가 줄었고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화물차 통행량도 감소했다.

취재팀이 밑바닥 현장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10대 체감지표’를 집계한 결과 내수와 건설 분야에서는 경기 회복세가 뚜렷한 반면 생산부문의 위축은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한 대상은 △백화점의 신사복 정장 판매액 △패밀리레스토랑 매출 △시멘트 출하량 △컬러TV 판매대수 △자동차 판매대수 △휘발유 판매량 △경부고속도로 화물차 통행량 △베어링 판매량 △놀이공원 입장객 △재래시장을 찾는 지방의 버스 대수 등 10가지.

▽소비와 건설이 경기 회복 주도〓소비 열풍은 백화점 의류매장 직원들의 바쁜 손놀림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1월 한 달간 롯데백화점 본점의 2층 의류매장에서는 정장 스타일의 숙녀복이 101억원 어치 팔려 올 들어 처음 월별 기준으로 100억원대 고지를 넘어섰다. 작년 같은 기간(77억원)보다 31% 증가한 수치. 신사복 정장의 매출도 9월 이후 10%대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백화점 신사정장 담당 박성진 바이어는 “그동안 구입을 미뤘던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것”이라며 “당분간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가전제품은 특소세 인하 특수까지 겹쳐 중대형 제품을 중심으로 잘 팔리고 있다. 김치냉장고는 11월 전체 판매량이 33만대로 작년 같은 기간(20만대)보다 50% 이상 늘었고 컬러TV 판매량도 매월 6만∼7만대 이상 증가했다.

현대차의 EF쏘나타 아반떼 싼타페와 기아차의 카니발 리오는 모두 9월 이후 내수 판매량이 작년 실적을 웃돌고 있다.

건설경기가 활기를 띠면서 관련 제품의 판매도 호조. 올 11월 쌍용양회의 시멘트 내수용 출하량은 126만6000t으로 작년 같은 기간(112만9000t)보다 늘었다.

▽생산활동은 여전히 부진〓소비부문은 침체를 벗어났지만 생산활동 관련 지표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메이저업체인 FAG한화베어링의 11월중 베어링 판매량은 1580만개로 작년보다 160만개 줄었다. 회사측은 “핵심 부품인 베어링 수요가 줄어든 것은 그만큼 제조업체의 생산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10월중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를 통과한 10∼20t 화물차 대수는 5만8000여대로 작년보다 1만5000대나 줄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연구위원은 “소비와 건설부문이 경기를 떠받치고 있지만 기업들의 투자와 수출은 여전히 부진한 국면”이라며 “제조업 생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의 경기 회복이 본격적인 상승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원재·이헌진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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