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제일-하나은행 합병說 회오리

  • 입력 2001년 11월 21일 22시 50분



국민-주택은행 합병 이후 은행권이 다시 합병회오리에 휘말리고 있다. 나머지 은행들은 몸집을 키우지 않으면 소매금융시장을 모두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은행합병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의 ‘조만간 자발적인 은행합병이 있을 것’이라는 발언. 이에 따라 시중에서는 제일-하나은행 합병설(說)이 강하게 퍼지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모두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제일은행의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이 지분 철수를 위해 신한 한미 하나 등 국내 우량은행에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진전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에 서울 제일 조흥 외환 등 4개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처리방침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은행 합병은 가시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제일-하나은행 합병설 왜 나오나〓제일은행의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은 단기투자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헤지펀드. 따라서 뉴브리지는 99년 말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빠른 시일 안에 제일은행의 가치를 높인 후 되팔아 투자수익을 챙겨야 한다.

정부와 뉴브리지가 인수계약을 체결할 때 뉴브리지의 지분매각은 올해 말까지 제한돼 있었다. 그 시점이 임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뉴브리지는 한국에서의 ‘탈출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현재 제일은행의 지분구성은 뉴브리지 51%, 정부 49%. 뉴브리지가 제일은행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재상장하고 시장에서 팔고 나가기에는 물량부담이 너무 크다. 따라서 뉴브리지는 국내외 투자자를 상대로 제3자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일은행 합병 상대로 거론되고 있는 하나은행의 김승유(金勝猷) 행장은 “제일은행의 중국 칭다오(靑島) 현지법인을 인수하기 위해 실사를 진행 중인 것이 와전된 것 같다”며 합병설을 부인했다.

▽정부의 고민은 4개 은행 처리〓정부는 서울 제일 조흥 외환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4개 시중은행의 지분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서울은행의 국내외매각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빠른 시일 안에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 신한 하나 한미 등 4개 우량은행이 인수해줄 것을 종용하고 있지만 이들 은행은 “합병효과가 없다”며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제일-하나은행 합병보다는 조흥 외환은행이 우량은행과 합병하는 것이 더 현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더 이상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금융구조조정을 완결 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생각대로 ‘순항(順航)’할지는 불투명하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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