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 협상 시작되면]"국내시장 다 내줄판"

  • 입력 2001년 11월 13일 18시 28분


21세기 세계 자유무역질서를 규정할 뉴라운드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직은 분야별로 막판 줄다리기를 하는 중이지만 이번 회의에서 뉴라운드가 출범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뉴라운드 협상이 시작되면 한국은 농산물과 서비스 분야에서 국내 시장을 더 내줘야 한다. 그러나 경쟁을 통해 한국 경제의 체질을 한층 높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산업자원부 배성기(裵成基) 국제협력투자심의관은 “만일 1970년대 도쿄라운드 케네디라운드에서 한국이 공산품 시장을 개방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이만큼 세계적인 무역대국으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산물 분야〓농산물 분야는 실질적(substantial) 개방을 선언하는 초안대로 굳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어질 협상에서 케언스그룹(농산물 수출국)의 개방 요구가 더욱 거세지게 됐다. 한국은 현재 평균 62%에 이르는 국내 관세율을 크게 낮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농가에 지원하는 정부 보조금도 대폭 삭감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우루과이라운드 때는 한국이 농산물 협상에서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인정받았으나 이제는 졸업해야 한다는 압력이 거세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경 쌀의 관세화 여부도 낙관할 수 없는 사안.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쇠고기시장을 개방했으나 수입이 늘지 않는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쌀에 대해서도 너무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수산물 분야〓이번 회의에서 한국에 ‘복병’으로 나타난 수산물 보조금 감축 문제 역시 수산업계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호주 등 수산물 동맹그룹은 수산 보조금이 수산자원의 남획을 불러온다며 보조금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국내 어민의 생계와 직결된 보조금을 감축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원안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한국은 연간 5000억원 규모의 선박 면세유와 시중 금리보다 2%포인트 싸게 지원되는 2000여억원 규모의 융자금 지원 길이 막히게 된다.

▽서비스 분야〓서비스 분야는 지난해부터 별도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뉴라운드 출범과 함께 부분 협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서비스분야는 법률 의료 교육 영상 해운 건설 유통 금융 통신 시장을 개방하는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 이 가운데 법률 의료 교육 영상 분야는 한국이 취약한 부분. 외국인이 직접 법률사무소나 병원 교육기관 등을 운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유화가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의무상영일이 146일인 스크린쿼터도 줄이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전개될 전망. 서비스 분야는 경쟁이 심해지는 대신 소비자 입장에서는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유통 건설 통신 등은 한국이 강한 분야로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모색할 수 있게 된다.

▽반덤핑 분야〓한국 등 개도국의 입장을 반영해 개정 협상을 시작한다는 문구가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무분별한 반덤핑 조사 방지 △‘반덤핑 관세는 덤핑 마진보다 작아야 한다’는 등 합리적인 피해 결정 △재심 절차의 투명성 제고와 국제적 규범 마련 등 한국의 무역 상황에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반덤핑 제소를 많이 받는 국가 중 하나로 이 협정의 개정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선진국들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일단은 한국의 철강 조선 전자제품 등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시작하고 보는 경우가 많았으나 남발을 막을 수 있게 된다.▽기타〓유럽연합(EU)과 개도국들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환경 문제에 있어서 한국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온실가스 감축 등 과제가 많이 남아 있지만 당장 피해를 볼 분야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공중보건이 우선이냐, 지적재산권이 우선이냐로 개도국과 선진국이 논쟁을 벌이고 있는 ‘의약품 접근에 관한 선언문’ 역시 한국에는 큰 상관이 없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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