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조선업계 "싼 일감 안받아"…고가 위주 수주

  • 입력 2001년 11월 4일 19시 06분


사상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며 충분한 일감을 확보한 국내 조선업계가 고부가가치 선박만을 선별 수주하는 ‘배짱 장사’를 하고 있다. 일거리가 많을 때 수익성에 보다 신경을 쓰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최근 벌크선이나 유조선 등 가격이 낮은 선박의 수주를 피하고 액화천연가스(LNG)선이나 액화석유가스(LPG)선처럼 이익이 많이 남는 고가의 선박을 골라 수주하고 있다.

▽수주는 감소, 단가는 상승〓올 들어 9월까지 국내 조선업계의 총 수주 규모는 GT(Gross Tonnage·용적톤)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3% 감소했다.

그러나 GT당 수주단가는 969달러로 지난해의 779달러에 비해 29.8% 높은 수준이다.

이는 조선업체들이 GT당 선가가 470달러선에 불과한 초대형유조선(VLCC) 등의 수주를 기피하고 GT당 선가가 1500∼1800달러에 이르는 LNG선 등을 위주로 수주하는 ‘선별 수주’ 전략을 펴왔기 때문. 지난해 노후 선박의 대체 수요가 몰려 2년6개월∼3년치의 일감을 확보했기 때문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선박을 무리하게 수주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올 9월까지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한 선박 가운데 유조선은 374척으로 작년 같은 기간 889척의 절반도 안 되는 데 비해 LNG선 등 가스선은 작년의 54척에서 올해 181척으로 늘었다.

대우증권 이종승 애널리스트는 “조선업계의 올 수주량을 평년의 1.5배 수준이었던 작년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선별수주 전략에도 불구하고 물량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향후 불투명한 경기 전망이 문제〓조선업계는 세계적 경기침체에다 예상치 못한 미국 테러사태까지 겹쳐 세계 조선경기의 침체가 얼마나 장기화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모든 종류의 선박에 걸쳐 수주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일부 업체는 내년 이후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조선공업협회 관계자는 “한국은 일본보다 건조비용이 15% 이상 낮고 중국은 자체 설계 기술이 없을 정도로 기술이 낙후돼 있어 국내 조선업계의 국제경쟁력에는 문제가 없다”며 “그러나 세계 조선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비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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