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컨설팅 릴레이칼럼]'정보화투자' 효율성부터 따져라

  • 입력 2001년 11월 1일 18시 48분


유학생들이 미국에 도착해서 맨먼저 하는 일 중 하나는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다. 뒷줄에 서서 느긋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은행 직원을 바라보는 것은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특히 한국에서 은행원들의 빠른 손놀림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미국 기업의 생산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

두 나라 기업의 생산성에 차이가 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금융기관의 경우 상품개발 경쟁력, 점포안의 후선부서 구조, 표준화된 본부의 관리체계 등 많은 분야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그러나 주원인은 역시 정보기술(IT) 투자의 효율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평균 IT 비용은 매출의 1.5%로 미국(3%)의 절반 수준인데 비해 평균 영업비용률은 매출의 93%로 미국(78%)보다 높다. 즉, 한국 기업들은 IT 비용을 현저히 적게 쓰면서도 기타 비용 및 원가가 높아 고비용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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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병-제휴 두려워 말라

물론 기업의 원가경쟁력이 낮다면 다른 경영 요소에 문제가 없는지 진지하게 고찰해 봐야 한다. 그러나 IT를 통한 생산성 제고가 기업의 당면과제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IT 투자의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만회할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IT 투자의 확대는 당연한 추세이다. 그러나 투자의 20∼40%가 잘못 사용됐다면 단순히 투자액을 늘리는 것만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다. 투자확대 이전에 투자의 효율성을 높일 관리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

세계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 CEO들은 75%의 IT 프로젝트가 기업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IT 투자가 사업 투자와는 별도의 것으로 인식되고 관리되어 왔기 때문이다. 비용-효익-위험 분석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투자의 원칙조차도 갖추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고 프로젝트 완료 후 실제 효과가 있었는지를 검증하는 기업은 더더욱 찾기 힘들다.

IT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의 경영진이 지금까지의 IT 프로젝트를 사업 투자와 똑같은 시각에서 점검하고 반성하는 작업에 몰입해보면 어떨까. 일주일에 두시간씩 2개월만 시간을 내어 과거 투자가 적절했는지 되돌아본다면 IT 비용을 절감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권순영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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