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컨설팅 릴레이칼럼]합병-제휴 두려워 말라

  • 입력 2001년 10월 24일 19시 12분


《세계적인 전략컨설팅 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의 이병남, 권순영, 채수일, 강상국 부사장이 매주 목요일자 본보 ‘CEO’면에 한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과 국내외 최신 경영조류에 대한 칼럼을 고정 기고합니다. 기업전략 전문가들의 릴레이 칼럼은 기업체 현직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미래의 CEO를 꿈꾸는 직장인들이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금융산업은 엄청난 지각 변동을 겪었다. 시중은행 중 많은 곳이 합병 과정을 거쳤고 소수의 대형 금융기관이 출범했다. 다른 업종에서도 ‘빅딜(대규모 기업교환)’을 화두로 다양한 통합 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통합의 과정과 성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달랐다. 실제로 합병과정에서 통합의 효익에 대한 충분한 사전 분석이 미흡했으며 통합 과정의 설계가 너무 단기적이라는 등의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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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화투자' 효율성부터 따져라

사실 자본시장이 성숙한 선진국에서조차 기업 합병의 50% 이상이 당초 의도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큰 원인은 앞서 지적한 것처럼 준비 미흡과 실행력 부족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우려가 수많은 합병과 전략적 제휴 논의에 걸림돌이 된다면 이는 국내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보스턴컨설팅 서울사무소가 2000년말 기준으로 국내 200대 기업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국내 기업의 부채수준은 99년 159%에서 192%로 높아졌지만 영업성과는 오히려 좋아져 이자보상배율이 1.1 수준에서 1.6으로 향상됐다. 하지만 수익성은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평균 3.5%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금융업을 제외한 18개 대표산업의 수익성을 선진국의 관련산업과 비교하면 전기전자와 정보처리 업종을 제외하고는 그 격차가 5∼7%대로 벌어진다.

한국 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으로 핵심부문에 대한 집중도 저하와 공급 과잉이 꼽힌다. 문제해결의 대안으로 선별투자, 기술력 확보, 효율성 제고 등이 거론되지만 여기엔 반드시 국내기업의 특성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관련 및 비관련 다각화로 인해 자원분산을 감수해야 하는 국내 기업의 현실이 무시돼서는 안된다. 국내 기업은 비슷한 매출 규모의 외국기업에 비해 40% 이상의 총투자 부담을 안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산생산성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높이려면 합병과 전략적 제휴 논의가 좀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기업의 성과가 투자가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고, 현재의 운영 현황과 미래가치가 시장에서 엄격히 평가받으며, CEO의 보상체계가 이와 연계될 때 진지하고 깊이있는 통합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제휴 및 합병 작업을 진행할 때는 항상 경영주체 선정의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이 또한 수익성 제고와 경쟁력 향상이 얼마나 시급한 지를 인식한다면 큰 문제가 아니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관점이 아니라 통합과 제휴의 최대 성과를 과연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진다면 바람직한 운영 주체를 선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병남 보스턴컨설팅 서울사무소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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