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응징戰/국내 영향]고유가-불황-弱달러 몰려온다

  • 입력 2001년 10월 8일 18시 41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습함에 따라 경기 침체에 시달려온 한국 경제는 또 한번 직격탄을 맞게 됐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한국 수출의 20%를 소화하는 미국의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원유가가 치솟을 가능성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감소가 맞물려 기업들의 채산성이 나빠지고 경기회복 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최대 6개월 이상 늦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거시경제 중요한 고비〓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이번 전쟁이 장기화돼 아랍권과의 전면전으로 번지는 사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8일 “보복공격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경제가 ‘L’자형 경기 침체를 겪게 되고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면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극심한 불황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도 장기 전면전으로 번지면 세계 경제가 극심한 불황 속에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에 시달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관련기사▼

- 亞 증시 내림세…하락폭 크지않아
- 국제유가-금값 가파른 상승세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 경제가 이번 사태로 △세계 경제 불황 △유가 상승 △달러화 약세의 3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출감소→생산부진→고용축소→실업증가→소득감소’와 ‘유가상승→물가상승→소비위축’이라는 두 갈래의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는 설명.

현대경제연구원 조홍래 이사는 “91년 걸프전은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호황이 시작되려는 시점에 발생했지만 지금 전쟁은 침체 국면에서 터졌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빨라야 내년 1·4분기가 지나야 소비와 투자심리가 녹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쟁이 2, 3개월 안에 끝날 경우 각국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위력을 발휘해 경기부양 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장기화되면 모든 업종 타격〓정유 유화 업종을 빼고는 중동과의 교역비중이 크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거의 모든 업종이 타격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당장 전쟁위험보험료 부과와 유가 상승 등으로 수출업체의 채산성이 나빠질 전망.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중동으로 수출되는 선박 물동량이 지난해 약 1억3000만t이어서 테러 보복조치가 1개월 지속되면 이에 따른 수송 피해가 약 1000만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종합상사들은 특히 중동 국가들이 발주하고 있는 대규모 플랜트 발주가 차질을 빚는 사태를 걱정하고 있다.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대우인터내셔널 등 주요 종합상사들이 긴급 점검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 등 중동 국가들과 추진중인 플랜트 수주 상담이 연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

삼성물산 관계자는 “거의 완료단계에 있는 플랜트 상담건이 있는데 전쟁이 본격화되면 발주와 공사가 몇 개월씩 연기될 수밖에 없어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경우 중동지역 수출물량이 미미하지만 미국의 소비심리 위축에 유가 상승이 겹칠 경우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 수 있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중동지역 수출액이 3억5000만달러로 전체의 3.9%에 불과해 단기적인 타격은 없겠지만 이번 사태로 1억달러 정도의 수출 감소는 각오해야할 처지라고 밝혔다.

석유화학 업종은 유가가 오를 경우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 유화 부문은 미국시장의 유화제품 수요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 원유가 급등으로 채산성을 맞추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유업종도 유가가 오르면 일부를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는 있지만 석유소비 감소가 불가피해져 시차를 두고 피해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전쟁이 확산되지 않을 경우 중동지역에서 추진중인 공사 수주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원재·김광현·김승진기자>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