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 '항공2등급' 자초…99년이후 거듭된 경고 무시

  • 입력 2001년 9월 27일 16시 53분


우리나라가 8월 미국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항공안전 2등급 판정을 받아 ‘항공후진국’으로 전락한 것은 이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수차례의 경고를 무시한 건설교통부의 무사안일 행정 때문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감사원은 지난달 20일부터 6일까지 ‘항공안전 2등급 하향조정의 경위 및 대응실태’에 대한 특감을 실시해 총 10건의 문제점을 적발, 관련 공무원 6명을 징계토록 요구했으며 건교부에 대해서는 기관 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감사원은 김모 전 수송정책실장(1급)과 김모, 지모 전 항공국장(2급) 등 3명에 대해서는 해임을, 김모 전 항공안전과장과 이모 전 운항기술과장 등 2명에 대해서는 정직을 요구했으며 이모 전 항공안전과장에 대해서는 자체 징계하도록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건교부는 99년8월23일, 같은 해 12월7일, 지난해 6월2일 등 주미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미국이 항공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을 최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경고를 받고도 공람만 하고 철저히 무시했다.

건교부는 또 2000년 7월과 8월 FAA 직원이 항공안전평가를 협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FAA 항공안전평가의 시기 내용 방법 등을 알아보지도 않고 올해 말이나 최종 완료되는 개선 이행계획만 수립해 놓는 등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건교부는 FAA의 항공안전평가가 실시되기 전에 지적사항의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FAA측과 협의를 벌여 평가 시기를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어야 했으나 이 같은 노력도 전혀 하지 않아 결국 8월17일 항공안전등급이 2등급으로 하향조정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건교부는 주미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첫 동향보고를 받은 99년8월 이후 항공등급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올 5월까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사실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의 기간에 건교부 당국자들은 ‘동맹국가인 미국이 한국에 가혹한 조치를 취하겠느냐’ ‘우리가 세계 10위 안에 드는 항공국가인데 큰 문제 있겠느냐’는 생각에 사로잡혀 방심했던 것이 결국 엄청난 국가적 망신을 자초했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이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 △항공국장을 전문직으로 운영하는 등 항공안전기술분야에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국제항공 동향파악 업무를 철저히 하며 △궁극적으로 별도의 책임 있는 항공안전관리 조를 설치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건교부에 권고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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