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매각조건]인수대금 12억달러 GM '벌어서 내겠다'

  • 입력 2001년 9월 21일 18시 40분


우리 경제의 커다란 걸림돌이었던 대우자동차 매각협상이 타결됐다.

최대쟁점이었던 부평공장은 최소한 6년간 가동되지만 이후 운명은 공장근로자와 경영진이 부평공장을 얼마나 경쟁력있는 회사로 만드느냐의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제시하는 생산성 및 노사관계안정 기준을 충족하면 GM이 인수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생사를 장담하기 어렵다.

매각조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GM이 실제로 국내에 투자하는 금액은 4억달러(약 5200억원)에 불과하고 채권단은 22억달러(2조8600억원)의 투자위험을 떠안게 돼 있어 협상결과가 그리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대우차 해외매각에 따른 대외신인도 제고와 고용안정, 하청업체 연쇄부도 모면 등 돈으로 계산되지 않는 이익을 감안할 때 이 조건에라도 파는 것이 낫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12억달러는 벌어서 내겠다〓GM은 12억달러를 채권단에 현금으로 주는 것이 아니다. 신설법인의 우선주로 준다. 이 12억달러는 신설법인이 앞으로 사업을 잘해 이익을 내서 갚아야 한다. 즉 ‘벌어서 갚겠다’는 뜻이다.

합의문에는 우선주 배당률을 1∼5년 2%, 6∼10년 2.5%, 11∼15년 7%로 하고 11년째부터는 수익금으로 우선주를 매입, 소각하는 방식으로 상환토록 돼있다. 쉽게 말하면 채권단이 12억달러를 신설법인에 빌려주고 10년간은 이자만, 11∼15년은 원리금을 상환받는 구조다. 이 12억달러는 이자율이 낮아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8억3000만달러어치 밖에 안된다.

한편 GM-대우차(가칭) 신설법인은 대우차의 군산 및 창원공장 등 자산과 함께 부채 8억달러를 인수한다. 이 부채는 대우차 직원들이 퇴직한 후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충당금과 협력업체 관련채무 등 회사운영에 꼭 필요한 것이다.

▽GM의 투자위험액 4억달러〓GM은 4억달러만을 투자해 대우차의 핵심부문을 인수하고 대우자동차판매의 최대주주(11%) 지위도 얻었다. 그러나 채권단은 신규출자 2억달러 외에 신설법인에 장기운영자금 20억달러를 빌려주도록 돼 있어 상당한 투자위험을 떠안게 돼 있다.물론 대출금에 대한 GM본사의 지급보증은 없다. 이 돈의 일부는 부평공장의 원자재공급 등에 사용된다.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GM이 적어도 운영 및 시설투자자금은 해외에서 차입하거나 본사자금으로 해야 하는데 이를 국내 채권단에 부담시킨 것은 좀 가혹하다”고 평가했다. 즉 신설법인이 잘되면 대출금 상환에 별 문제가 없겠지만 자동차경기 침체로 회사상황이 악화되면 우선주 상환이 지연될 뿐만 아니라 자금지원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자산매각대금 12억달러를 부채로 하지 않고 우선주로 한 것도 ‘이익이 나면 갚고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갚겠다’며 상환압력을 줄여놓은 것.

▽비핵심 자산은 모두 제외〓GM은 한국에서의 자동차생산 및 영업에 필요한 자산만을 가져갔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거부했다. 당초 매각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던 대우캐피탈도 제외한 채 더 싼 값을 제시하는 다른 할부금융사를 인수하는 대안을 택했다.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특별소비세 징수유예라는 특혜성 혜택까지 받아냈다.

GM은 한국정부가 거대부실기업인 대우차를 팔지 않고 끌고 갈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이같이 무리한 조건까지 관철시키는 협상력을 보여줬다.GM은 대우차로부터 넘겨받는 총자산의 가치를 20억달러로 인정하고 8억달러는 부채인수로 대신한 것.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