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급속냉각…물가 다시 들썩

  • 입력 2001년 8월 31일 18시 44분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7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나타난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정부가 지금까지 낙관해온 4·4분기(10∼12월) 중 경기회복론은 점점 설득력이 약해지고 있다.

7월중 산업생산이 97년 10월 이후 최악으로 나타난 데다 출하 도소매판매 설비투자 모두 ‘빨간 불’이어서 실물경기를 둘러싼 불안이 심상찮은 수준에 이른다. 기업인들의 투자심리도 얼어붙은 상태다. 게다가 연초에 급등했다가 한때 다소 안정되는 조짐을 보이던 물가도 다시 들먹거리기 시작해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물경기지표 일제히 ‘빨간 불’〓7월 산업생산 지표가 예상보다 더 나쁘게 나타난 것은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컴퓨터 자동차 생산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생산 감소폭이 2년9개월만에 가장 컸고 한달 전보다 감소폭이 2배 이상 된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실물경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특히 반도체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15%나 줄었고 컴퓨터 생산은 무려 30.7%나 격감했다. 지난해 7월 경기가 좋았다는 통계적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지표가 너무 나빠졌다는 분석이다. 생산부진이 산업체 전 부문으로 퍼지면서 평균 74∼76%선을 유지하던 제조업 가동률도 7월에는 71.0%로 떨어졌다.

▽내수위축과 물가상승〓4월 이후 3개월 동안 연속 증가세를 보이던 도소매판매는 지난달보다 1.1% 감소했다. 그나마 수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조세를 보였던 내수마저 다시 위축되면서 수출 및 투자부진에 이어 경제의 3가지 축 가운데 마지막 남은 소비쪽마저 다시 어두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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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물경기 급속 악화

여기다 7월에 다소 안정세를 보였던 소비자물가는 8월 들어 농축수산물 값이 급등하면서 다시 전월대비 0.5%나 상승해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살림을 짓눌렀다. 정부는 “통상 1월과 8월엔 공공요금 인상과 풍수해 영향으로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물가마저 들먹거리는 것은 위험한 징조라고 경제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4·4분기 경기회복 물 건너가나〓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정부의 경제정책도 딜레마에 빠졌다. 재경부는 그동안 “3·4분기에는 3% 내외의 저성장이 이어지다가 4·4분기에는 미국 경기 회복과 더불어 한국경제도 5%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전망의 근거로 삼은 규제완화와 추경예산 집행, 상시적 기업 구조조정 작업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도 아주 제한적인 현실을 감안하면 경기회복 시기는 내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최영해·박중현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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