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대학의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나 JD(Juris Doctor) 학위가 성공과 출세의 보증수표로 여겨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삼정KPMG 윤영각 대표(48)와 라이코스코리아 가종현 대표(35)는 남들은 하나도 받기 어렵다는 미국 명문대학 학위를 둘씩이나 가지고 있다.
윤 대표는 시카고대에서 MBA를, 듀크대에서 JD 학위를 받았다. 가 대표는 시카고대에서 MBA를, 뉴욕대에서 JD 학위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동문.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도 이곳 출신이다.
윤 대표는 “MBA를 마치고 귀국하려던 차에 아버님께서 ‘미국을 제대로 알고 오느냐’고 물으셔서 로스쿨 진학을 결심했다”면서 “법을 알아야 미국을 안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 대표는 인수합병(M&A) 전문가가 되기 위해 로스쿨에 진학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먼저 경영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로스쿨에 가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공부하기는 로스쿨이 경영대학원보다 몇배는 어렵다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답변. 윤 대표는 “로스쿨은 사람이 끝없이 초라해지게 만든 뒤 서서히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가대표는 “로스쿨에 비하면 경영대학원은 놀면서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각각의 장점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비슷하다. 경영대학원에서 사고의 ‘폭’을 배운다면 로스쿨에서는 ‘깊이와 순발력’을 배운다는 것.
둘 다 배운 데서 오는 시너지효과도 적지 않다. 윤 대표는 “예컨대 부실기업 구조조정 문제에 부딪혔을 때 경영일반과 법 회계에 대한 지식을 두루 갖고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며 “앞으로 여러 분야의 전문지식을 동시에 갖고 있는 데서 오는 가치는 점점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와 변호사의 희소성이 별로 없는 미국에서 최근 두 가지 자격을 다 가지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는 것.
‘MBA와 JD 학위에 모두 도전해 볼만한가’라고 물어보았다. 가 대표는 “뚜렷한 목표가 있을 때만 그렇다”며 “두 학위를 모두 갖는다해도 성공의 보증수표이기는커녕 잘못하다간 취업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