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선 상고의 '폭'을, 로스쿨선 '깊이'를 배운다"

  • 입력 2001년 7월 19일 20시 34분


최근 미국 경영대학원이나 로스쿨(법률대학원) 진학을 꿈꾸는 직장인들이 많다.

미국 명문대학의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나 JD(Juris Doctor) 학위가 성공과 출세의 보증수표로 여겨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삼정KPMG 윤영각 대표(48)와 라이코스코리아 가종현 대표(35)는 남들은 하나도 받기 어렵다는 미국 명문대학 학위를 둘씩이나 가지고 있다.

윤 대표는 시카고대에서 MBA를, 듀크대에서 JD 학위를 받았다. 가 대표는 시카고대에서 MBA를, 뉴욕대에서 JD 학위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동문.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도 이곳 출신이다.

윤 대표는 “MBA를 마치고 귀국하려던 차에 아버님께서 ‘미국을 제대로 알고 오느냐’고 물으셔서 로스쿨 진학을 결심했다”면서 “법을 알아야 미국을 안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 대표는 인수합병(M&A) 전문가가 되기 위해 로스쿨에 진학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먼저 경영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로스쿨에 가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공부하기는 로스쿨이 경영대학원보다 몇배는 어렵다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답변. 윤 대표는 “로스쿨은 사람이 끝없이 초라해지게 만든 뒤 서서히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가대표는 “로스쿨에 비하면 경영대학원은 놀면서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각각의 장점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비슷하다. 경영대학원에서 사고의 ‘폭’을 배운다면 로스쿨에서는 ‘깊이와 순발력’을 배운다는 것.

둘 다 배운 데서 오는 시너지효과도 적지 않다. 윤 대표는 “예컨대 부실기업 구조조정 문제에 부딪혔을 때 경영일반과 법 회계에 대한 지식을 두루 갖고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며 “앞으로 여러 분야의 전문지식을 동시에 갖고 있는 데서 오는 가치는 점점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와 변호사의 희소성이 별로 없는 미국에서 최근 두 가지 자격을 다 가지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는 것.

‘MBA와 JD 학위에 모두 도전해 볼만한가’라고 물어보았다. 가 대표는 “뚜렷한 목표가 있을 때만 그렇다”며 “두 학위를 모두 갖는다해도 성공의 보증수표이기는커녕 잘못하다간 취업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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