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리처드 전무 "한국 구조조정 성과 안나타나"

  • 입력 2001년 6월 6일 19시 04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여부는 올 하반기 상황을 보고 결정할 예정이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사의 로버트 리처드 전무(사진)는 5일 오후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신용등급, 자본시장의 선진관행’에 관한 세미나를 마친 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리처드전무는 북아시아 지역의 기업 및 정부 신용등급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한국정부의 개혁이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정부의 부채 인수가 앞으로 계속된다면 ‘구조조정이나 개혁이 늦춰지는 신호’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용등급 조정시기가 예상보다 늦은데 혹시 대선 등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 고려됐기 때문 아닌가.

“선거는 어느 나라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한국의 구조조정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지 정치적 고려는 있을 수 없다.”

-신용등급 조정에서 주로 볼 점은 무엇인가.

“하반기에 집중된 채무만기 도래에 대한 대응과 기업부채비율문제, 특히 정부가 부채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부분이다.”

-하이닉스 반도체 문제 등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한다는 시각이 있는데….

“특정기업에 대해 지나치게 개입하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같은 것은 유동성 위기를 일시적으로 탈피케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지만 반복돼서는 안된다.”

-바람직한 모습은 어떤 것인가.

“채권 만기를 분산하는 등 기업들이 효율적으로 재무상황을 관리하도록 해야한다. 홍콩과 싱가포르 기업들과 비교해봐도 한국 기업들은 부채비율이나 이자보상배율이 너무 높다. 기업의 지명도나 양적 성장에만 관심이 있을 뿐 투명성이 떨어진다. 기업의 공시기준 역시 적정 기준에 미치지 못해 신뢰성이 떨어지는 재무정보들이 많다. 건전한 기업지배구조와 재무관리, 리스크에 기반을 둔 여신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

-한국에서는 대우차 매각이 큰 이슈다. 대우차 매각이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나.

“개별 기업이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다만 정부가 과도한 부채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대우차를 매각한다면 이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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