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경기회복 가능할까]“섣부른 낙관” 우려 목소리

  • 입력 2001년 2월 12일 18시 40분


“한국 경제는 2·4분기부터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재정경제부의 분석은 실현될 수 있을까.

재경부는 이런 전망의 근거로 △최근 전경련이 내놓은 2월 기업경기 실사지수 △예산의 조기 집행 효과 가시화 △4대부문 구조개혁 마무리 △시중자금난 해소 추세 등을 들었다. 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과 일본 경제와 관련해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과 부시 행정부의 감세 정책, 일본의 재할인금리 인하 효과 등을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낙관적 전망’에 대한 민간 경제전문가들의 반응은 매우 차갑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연구위원은 “미국 경제 경착륙 우려로 수출도 불안해졌고 내수 역시 건설 및 설비투자가 당분간 살아나기 어렵다”며 “자금 시장이 계속 살아나고 구조조정이 제대로 마무리된다는 전제하에 2·4분기를 ‘바닥’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지만 이때부터 경기가 회복된다는 것은 현실성이 모자란다”고 분석했다.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거시경제실장도 “아직 경기저점을 점치기에는 너무 빠른 시점에서 재경부 발표 내용을 전해 듣고 놀랐다”며 “정부가 전경련의 경기실사지수를 주요 근거로 경기저점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허실장은 특히 “경기 회복은 금융지표가 아니라 실물지표를 갖고 말해야 하는데 아직 실물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며 “정부가 너무 조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경기 인식 및 평가를 둘러싸고는 재경부 내에서도 혼선이 많았다. 진념(陳稔)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이날 경제 동향 설명회에 앞서 재경부 경제정책국이 마련해 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를 보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진부총리는 당초 설명회 자료에 ‘1·4분기중 경기가 바닥을 친 뒤 2·4분기부터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보고 “심리적 측면에서 희망을 주는 것도 좋지만 정부의 이런 경기 인식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치겠느냐”며 ‘경기 저점’ 부분을 삭제하라는 이례적인 지시를 내렸다. 그는 기자들에게도 “분명히 말하지만 상반기 경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특히 1·4분기 어려움이 심할 것”이라며 “현재로서 경기저점을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 등 해외 변수가 예상보다 크게 좋아질 경우 2·4분기부터 회복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재경부의 이번 경기 인식은 다소 성급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민간전문가들은 “얼마 전 여권의 일부 비(非)경제전문가들이 경제 현실과 동떨어진 ‘경기저점 통과’를 주장해 혼선을 빚은 적이 있다”며 “정부 여당이 경기 현주소에 대해 다소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순활·이병기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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