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총선자금 제공혐의 진승현씨 밤샘조사

  • 입력 2000년 12월 2일 05시 58분


MCI코리아 대표 진승현(陳承鉉·27)씨 금융비리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이승구·李承玖부장검사)는 1일 자진출두한 진씨가 4·13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에게 거액의 현금을 제공한 혐의를 잡고 수사중이다.

검찰은 진씨가 한 야당 중진 의원에게 수천만원의 선거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진씨를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또 진씨가 4·13총선을 앞두고 야당 중진 의원 외에 다른 의원에게도 선거자금을 건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진씨를 추궁했으나 진씨는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배중이던 진씨가 이날 오후 자진출두함에 따라 이날밤 한스종금 편법인수와 리젠트증권 주가조작 혐의 등에 대해 철야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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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진씨에 대해 2일이나 3일 증권거래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진씨에 대한 수사는 이미 거의 완료됐고 열린금고 불법대출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금에 대해서도 사용처가 확인됐다”며 “지금까지의 수사에서는 정관계 로비의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자금 제공〓검찰은 진씨에게서 돈을 받은 야당 중진 의원에 대해 돈이 전달된 데 따른 대가성이 있었는지를 조사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국회 상임위에서 내가 공세를 취하지 못하도록 여당이 선제공격을 하는 것 같다”며 “일일이 대꾸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의원이 정치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정치자금법 규정에 따라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 이 법을 위반한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한스종금 인수 경위 등 조사〓 검찰은 진씨를 상대로 △4월 한스종금을 단돈 10달러에 인수한 경위와 인수당시 외자도입 역할을 하겠다고 한 스위스 프리바트방크컨소시엄(SPBC)의 실체 △전 한스종금 사장 신인철(申仁澈·59)씨에게 23억원을 제공한 경위와 신씨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 관리했는지 △고창곤(高昌坤·38)전 리젠트증권 사장, 리젠트증권 등의 지주회사인 코리아온라인(KOL) 제임스 멜론회장(43·i리젠트그룹 회장) 등과 공모해 리젠트증권 주가를 조작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진씨는 그러나 “SPBC의 실체를 입증할 자료가 있고 실제로 한스종금에 투자하려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 등 조건이 맞지 않아 포기했던 것이며 리젠트증권 주가조작도 멜론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씨 출두〓진씨는 이날 오후 3시5분경 정대훈(鄭大勳)변호사와 함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검 청사에 출두하면서 열린금고 불법대출을 제외한 혐의사실과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진씨는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의혹에 대해 “로비를 한 일이 전혀 없으며 아는 정치인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인철 전 한스종금 사장에게 간 23억원은 신씨가 주식매매 차익을 횡령한 것이며 이를 입증할 (신씨와의) 대화 녹취록과 자료를 갖고 왔다”고 말했다.

검찰은 검찰 수사관(주사보) 출신 김모씨가 이 사건이 잘 해결되도록 검찰출신 거물급 변호사를 선임해 주겠다며 진씨에게서 10억원대의 돈을 받은 뒤 달아난 혐의를 잡고 검거에 나섰다.

▽거물급 변호사 선임 시도〓진씨의 변호사 선임 대가로 10억원대를 받은 김씨는 전 MCI코리아 대표 김재환씨(55)의 소개로 진씨를 알게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환씨는 국정원 출신이며 국정원 김은성(金銀星)제2차장과 친한 사이로 진씨와 김차장 딸과의 혼담을 진행시킨 사람이다.

김씨는 진씨에게서 돈을 받은 뒤 변호사를 소개해주지 않은 채 잠적했다고 검찰은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현직 검찰직원 행세를 하고 다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형·이명건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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