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보는 내년 한국경제]"구조조정에 사활"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9시 44분


동아일보가 각계 경제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 한국경제 설문조사(본보 11월27일자 A1·B1면 보도)는 우리 경제의 현실진단과 난국타개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포인트를 던져준다.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막연한 통념’과 다른 측면도 눈에 띈다.

▽우리 경제, 어렵지만 위기는 아니다〓우리 경제에 곧 위기가 닥치거나 이미 위기에 빠졌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국민이 적지 않다. 그러나 경기판단에서 경기위축(slowdown)이나 불황(depression)은 위기(crisis)와는 구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크게 어렵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경제위기론’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다.

외환위기 재발가능성에 대해 무려 92%가 ‘낮다’고 응답했다. 학계, 정부 및 민간연구소, 국내 금융기관, 경제부처 인사들은 모두 부정적이었다. 각종 경제지표 전망치도 ‘위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 데이비드 코 서울사무소장은 최근 “한국에서는 ‘경제위기’라는 말이 너무 쉽게 나온다”고 의아해 했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게 본 사람이 56%로 조사된 것은 걱정스럽다. 특히 대기업 임원의 90%가 스태그플레이션 발생가능성에 동의했고 연구소 학계 외국계 금융기관도 우려하는 시각이 더 많았다.

▽내년 해외경제변수, 그리 나쁘지 않다〓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해외발 대형 악재’는 치명적이다. 다행히 이번 조사결과는 최소한 해외변수 때문에 우리 경제가 치명상을 입지는 않을 것 같다는 희망적 신호를 준다.

응답자 3명중 2명이 내년에 국제 외환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다. 또 미국경기가 급격히 추락하는 ‘경착륙’ 가능성도 76%가 부정적이었다. 국내수입량이 가장 많은 두바이산 원유는 내년평균 배럴당 27달러대로 현재(30달러 내외)보다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한성택(韓成澤)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2대 해외변수’인 국제유가와 미국경기 변수가 안정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없는 한 활로는 없다〓지금 우리사회는 2차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공기업개혁 포함)을 둘러싸고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다.‘구조조정〓감원’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노동계가 반발하는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는 빠른 시일 내에 구조조정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살길이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다시 보여준다.

정치권 및 정부분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년 경제걸림돌로 ‘정치권의 정쟁’과 ‘정권 레임덕 및 정책실패’가 17명과 10명으로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정치권 공방과는 별도로 정치가 최소한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며 정부(여당 포함)의 건전한 리더십 발휘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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