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개미들, 현대車-현대 계열주 "거꾸로 투자"

  • 입력 2000년 11월 9일 18시 35분


현대그룹 계열사에 대해 투자자들은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대그룹 분리후 기관과 외국인들은 한 편이 돼서 개인들과는 정반대의 매매양상을 보였다. 외국인들이 그룹 분리후 현대그룹 계열사에 대해선 매도,현대차그룹에 대해선 매수세를 확대한 반면 개인들은 ‘현대그룹 매수,현대차 매도’로 대응한 것.

▽'현대'에서 분리되면 주가가 뛴다?〓외국인들은 현대그룹 유동성 문제(자금흐름이 꼬이는 것)가 불거진 4월27일부터 그룹 분리 이전인 8월31일까지 현대계열사에 대해 총 2조136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으나 9월1일 이후부터 최근까지 2933억원어치를 순수하게 팔았다.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그룹 분리 전후를 가릴 것없이 매도세로 일관했다. 반면 개인들은 그룹분리전 1조349억원 순매도에서 분리후엔 오히려 631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현대그룹 계열사 주가(8일 현재)는 지난 4월27일 주가에 비해 △고려산업개발 ―67% △현대건설 ―63% △현대전자 ―54% 씩 폭락하는 등 전 종목이 약세를 면치못했다. 현대그룹 주가의 평균 하락률은 41%.

반면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현대차그룹은 ‘분리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가 이어지면서 주가도 57%가량 폭등한 것. 외국인들은 특히 현대자동차에 대해선 분리후 무려 294만주(443억원)를 순매수하면서 주가상승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매매가 엇갈린 이유〓싼 맛에 주식을 사느냐, 아니면 기본적인 분석을 통해 종목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매매방식이 확연히 달라진 것 같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현대자동차의 경우 기아자동차와의 시너지효과, 대우차 부실로 인한 반사효과 등으로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분리에 성공함으로써 주가발목을 잡았던 현대건설 유동성문제를 떨쳐버릴 수 있었다는 것.

반면 개인들은 그룹분리에 익숙치 않아 현대건설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현대차 주식을 내던진 것으로 보인다.

리젠트증권 김경신이사는 “개인들이 현대그룹 주식을 매수한데는 현대건설이 대우그룹 케이스와는 다르지 않겠는가(살아나지 않겠는가)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1000원대 주가라는 가격메리트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이종우연구위원은 “현대건설 문제가 답보상태에 있는 한 현대그룹 계열사 주가는 결코 싼 것이 아니고 추가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개인들은 현대그룹 계열사의 지속적인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입은 상태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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