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퇴출]리비아 대수로공사 연고권 상실 위기

  • 입력 2000년 10월 30일 23시 08분


▼국내외 영향▼

동아건설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단 결정으로 국내외 건설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특히 동아가 독점하다시피해 온 리비아 대수로공사 연고권을 상실할 우려가 높아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해외〓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부연구위원은 “국내 업체들이 워크아웃 등에 처해지면서 이미 수주 경쟁력이 떨어졌고 해외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수주비율은 98년 4.1%에서 지난해에는 2.8%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또 “워크아웃마저 중단된 동아건설의 수주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해져 국내 업체의 수주 비중은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동아가 독점해온 리비아 대수로공사의 추가 발주 물량을 국내 업체가 독점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동아건설 관계자는 “워크아웃 중단 후 법정관리가 되면 현지법인에 대한 본사의 적기 지원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 경우 공사 일정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리비아 정부가 시공사를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가장 크게 우려되는 점은 자금 지원이 중단된 동아건설이 부도날 경우 500여개에 이르는 하도급 건설업체도 부도를 맞게 되는 연쇄부도 사태다. 또 도급 순위 7위인 동아건설이 부도에 처해질 정도로 열악해진 국내 건설업체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다시 건설경기와 주택경기 침체를 가져오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도 있다. 1만1700여 가구에 이르는 동아건설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의 경우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에 들어 있으므로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떼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입주시기가 다소 늦어질 우려는 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동아건설 소사▼

85년 작고한 최준문(崔竣文)전 회장이 1945년 대전시 대흥동에서 ‘충남토건’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 49년 ‘동아건설합자회사’로 상호를 변경하고 57년 서울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토목전문회사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68년 국영기업인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토목을 중심으로 한 건설과 운송을 축으로 하는 현 그룹의 형태를 갖췄다.

45년 ‘충남토건’으로 출발한 동아건설은 70년대 중동 건설 붐을 타면서 사세가 눈에 띄게 성장했고 83년 리비아 대수로 1차 공사(38억달러), 90년 리비아 대수로 2차 공사(53억달러)를 잇따라 수주하면서 세계적인 건설업체로 발돋움했다. 95년에는 국내건설 도급순위 2위에 랭크될 정도였다.

성장가도에 급제동이 걸린 것은 94년에 터진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96년 최원석(崔元碩) 당시 회장이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부터. 이후 최회장은 실질적인 경영권을 임직원들에게 위임하면서 경영전반에 누수현상이 시작됐고 95년 이후 지속된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경영난이 심화되자 98년 9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처해졌다. 여기에 채권단이 내세운 경영진과 임직원들 간에 마찰을 일으키고 경영진 퇴진 등과 같은 불협화음이 계속돼 동아건설이 채권단으로부터 워크아웃 중단이라는 사실상의 퇴출선언을 받게 됐다.

현재 동아건설은 동해고속도로 울진원자력 등 133개 국내 현장, 리비아 일본 등 10개국 17개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 3차 등 모두 15개 현장에 1만1771가구를 건축 중이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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