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서민금고 이대로 무너지나

  • 입력 2000년 10월 27일 18시 30분


높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서민들이 애용하던 신용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서민금융기관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규모가 작고 은행보다 튼튼하지 못하다는 점 때문에 불안한 터에 '정현준게이트' , '새마을금고 부장의 54억원 횡령' 등 악재가 겹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내년부터 금융기관이 망하면 예금 5천만원 까지만 되돌려주는 부분보장제도가 예정돼 있다.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수 없는게 이들 제2금융권이다.실제로 신용금고와 신협은 숫자도 줄고 수신고 비중도 작아지고 있다.

97년말 231개였던 신용금고는 10월 현재 160개.게다가 이중 12곳이 영업정지 상태다. 30개였던 종금사도 현재 9개가 남았고 이중 5곳만이 영업 중이다.

그러나 '서민은행' 역할을 해왔던 신용금고의 급격한 몰락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이 무너지면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들은 다시 고리대금업이나 사채업자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탓이다.

▽취약한 영업기반=신용금고는 은행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왔다. 은행이 제 역할을 못하는 틈에서 살아나온 것이다. 그만큼 자생력이 있는 서민금융기관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점차 영업기반을 잃어가고 있다. 은행과 보험회사가 저리의 대출을 가지고 신용금고 고객을 빼앗아 갔다.

물론 과거에는 신용금고만이 누리던 '특혜'도 있었다. 98년 이전까지 금고는 은행에 영업이 금지된 독점적 시장 에서 주로 영업했다. 98년 이전엔 은행이 대출할수 없는 분야가 있었다. 이는 신용금고만의 영업대상이었다. △330㎡ 이상의 식당 △주점 댄스홀 증기탕 △100㎡ 이상 주택의 매입 건설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규정이 바뀌면서 편안하게 장사하던 '텃밭'을 놓치게 된 것. 이에 자금운용의 80%인 개인과 중소기업 대출에 어려움을 겪게 됐고 이는 부실로 이어질 개연성을 만들었다. 적지 않은 금고가 알음알음식 영업으로 여신심사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2금융권의 향후 방향=금고는 당초 올 연말까지 구조조정을 마치고 '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꿔 새출발하려고 했다. 종금사는 투자은행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로 예정돼있던 금고의 구조조정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부실금고 등을 제3자 인수 등의 방법으로 정리할 방침이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인수를 꺼리게 된 것.

금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몇 개 금고의 잘못으로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안타깝다"며 "2금융권은 당초 서민과 중소자영업자를 위한 것이었던 만큼 제대로 기능하면 순기능이 있다"고 주장했다.

종금사의 몰락이 기업자금의 실핏줄을 막은 것처럼 금고의 몰락은 서민금융의 실핏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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