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긴급점검]잘나가던 자동차-油化 '高유가 브레이크'

  • 입력 2000년 9월 18일 18시 33분


<<주가폭락과 환율급등등 우리 경제의 각종 지표가 극도로 불안한 가운데 산업현장 역시 매출 부진과 자금난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당장은 견딜만하다”는 업종들도 있으나 호황을 누리던 업종들의 성장세 둔화가 뚜렷하다. 호황업종들은 업종 자체의 수요는 설사 유지하더라도 전반적인 경기하락이 수요 감소로 연결돼 간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잖아도 안좋았던 건설 등 업종들은 끝모를‘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경기 연착륙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에서는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상반기 11%, 하반기에는 6%대의 성장을 보이면서 연간 8.7%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봤지만 악재들이 겹치면서 이같은 전망이 유지될지 미지수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부분적으로 산업현장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산업연구원 김원규(김원규)산업동향분석실장은 “향후 경기를 너무 비관적으로 볼 것까지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고유가야 뚜렷한 대책을 세울 수 없더라도 자금난 등 다른 경영여건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진 18일 실물 현장을 긴급 점검했다.>>

▼자동차▼

8월까지 실적이 매우 좋았던 업종. 이런 상승세가 당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의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내수 145만대 수출 175만대는 일단 목표 달성이 예상된다. 8월까지 실적은 작년에 비해 급격한 신장세를 보였다. 국내에서 94만대를 팔았고 수출은 106만대를 기록,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내수는 28%, 수출은 11.3% 늘었다.

그러나 9월들어 유가 급상승으로 가속된 내수 경기 침체로 하반기 성장률 둔화가 예상된다. 또 내년에는 극심한 내수 수출 부진이 예상된다.

자동차공업협회는 “단기적으로 올해안 수출물량은 크게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경제가 안좋아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수출차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으로 작용해 그마나 국내경기침체가 미치는 악영향을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측은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것은 건전한 가격경쟁력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

특히 내수가 줄게 되면 국내에서 관리 비용 마케팅 비용 등 추가비용이 많이 들어 비용이 늘어나게 돼 생산단가가 상승, 점차 수출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올해 목표량은 수정되지 않겠지만 내년에는 현 경기국면이 지속되면 내수 수출 모두 큰 타격이 있을 듯.

▼건설▼

“유사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는 비명을 더 내지를 힘도 없다. IMF 이전에 수주한 것들은 공사가 끝나고 신규 물량이 급격히 준데다 현대 유동성 위기 이후 해외 수주마저 끊겨 전체 건설업계가 아사 직전이라는 하소연들이다.

건설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7월의 건설 수주액은 34조1760억원으로 97년 44조6864억원에 비해 76.5%에 불과하다. 해외 수주액도 97년 140억달러에서 올해에는 60억달러선으로 절반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 면허가 등록제로 완화된 이후 업체수는 97년 2만7825개에서 7월 현재 3만7304개로 오히려 34%가 늘어나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만 심해지고 있다.

해외건설도 부진하다. 6월말 현재 해외건설 신규수주액은 26억9000만달러로 작년보다 43% 나 감소했다.

▼섬유▼

연간 180억달러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시장점유율 5위를 차지하고 있는 화섬업계는 97년 이후 심각한 불황을 겪다 최근 조금씩 경기회복 기미를 보였으나 고유가로 다시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화섬업계의 주요 원자재 가격인 석유화학제품 TPA(탈레프탈렌산)의 가격이 연초에 비해 60% 정도 상승했지만 세계적 경쟁으로 수출가격은 20% 정도밖에 올리지 못했는데 고유가마저 닥쳐 기업들의 채산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사가격도 20%가량 상승해 직물업계 쪽도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중국 대만 등과 경쟁하다보니 가격을 올리지 못해 중견기업들도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강-조선▼

중소철강업체는 고유가 및 대우자동차 매각 무산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철강업은 전반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성장세가 유지되겠지만 성장율은 3% 미만으로 둔화할 전망. 국내 수요에 의존하는 연합철강 동부제강 인천제철은 자동차 감산, 가전소비 둔화 등 내수침체에 따라 매출신장세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시적인 수요에 따라 설비 투자를 증대해온 업체는 큰 타격을 받으며 철강 판재류 가공 유통업체의 경우 연쇄 도산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수출 가격 인하 싸움으로 출혈경쟁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시장에서 덤핑 판정을 받은 업체들은 내수경기 위축에 따라 수출시장에서 판로를 개척할 예정이나 동남아 시장도 고유가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아 가격을 경쟁적으로 내릴 것으로 보인다.

조선과 기계의 경우 물동량 감소, 투자설비 위축에 따라 일시적인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

하지만 상반기에 세계 최대 수주량을 보인 조선의 경우 고유가에 따라 심해유전 시추 장비 및 특수선 건조를 선별적으로 수주 기대를 갖고 있다.

▼유화▼

작년 하반기 이후 ‘잘 나가던’ 업종. 세계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상반기엔 일부 제품 공급이 모자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주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작년초 t당 140∼150달러였던 가격은 올초 240달러 선으로 올랐고 최근에는 330∼340불로 수직상승했다.

업계에서는 “25달러 안팎에서 움직일 때는 견딜만 하다. 7, 8월의 30달러 이전에는 견뎌낼만 했으나 30달러 이상을 유지하면 원가 반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성수기가 시작되는 9월에 고유가가 닥쳐 대목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미 그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종합화학은 “상반기에 작년 동기(230억)보다 100% 가량 늘어난 460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렸으나 올해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공업협회 임지수(林志修)조사분석팀장은 “9월 이후에도 호황세는 일단 유지되겠지만 품목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채산성도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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