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특별감리]'징계발표' 진통…결론못내

  • 입력 2000년 9월 1일 18시 43분


‘분식결산 규모가 무려 22조9000억원.’

장장 9개월간 대우그룹 특별감리 활동을 벌인 금감위는 1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위원들간에 징계수위를 놓고 격론을 벌이다가 최종 징계결정을 다음 증선위로 연기했다. 위원들간에 뜨거운 공방이 펼쳐진 대목은 부실회계 책임이 있는 대우 임직원 징계수위와 회계부실을 눈감아준 회계법인에 대한 처리 문제. 부실회계 처벌을 놓고 이해 관계집단들의 로비가 치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우처리 문제는 다시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23조원의 분식결산수법〓금감원의 특별감리 결과 지적된 분식회계금액은 대우 등 12개 계열사 전체에서 모두 22조9000억원으로 밝혀졌다. 이는 대우그룹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실사결과 나타난 장부상 가치와 실제가치간의 차액 42조9000억원 중 53%를 차지하는 것. 워크아웃 실사결과와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워크아웃 기업은 일단 부도기업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청산할 때 산출한 것인 데 반해 금감원 감리조사에서는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97, 98년 대우그룹을 정상기업인 상태를 놓고 실사한 결과이기 때문.

대우그룹은 주로 외국에서 돈을 끌어쓰고도 장부상에 기재하지 않는 부외부채를 통해 분식결산을 했다. 또 재고자산이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속여 자산을 과대하게 부풀린 것으로 조사됐다. 부채계정에 넣어야 할 대목을 오히려 자산으로 돌려 뻥튀기 회계처리를 해놓았다. 감가상각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비용을 대폭 줄인 수법도 함께 쓰여졌다,

▽회계법인 ‘정말 몰랐나’〓문제는 이런 부실 분식결산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회계법인들. 분식이 가장 심했던 대우와 대우중공업의 감사를 맡은 산동회계법인은 부실회계를 눈감아준 혐의로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놓였다. 산동측에서는 “억울하다. 기업이 숨기면 회계사가 무슨 수로 찾아내나”며 중징계하지 말 것을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

그러나 증권선물위원들은 “회계법인이 부실 분식결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산동측이 대우와 인연을 맺으면서 감사를 한 지가 10년 가까이 돼 회사 내부사정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에 부실회계는 ‘대우그룹과 합작품’이라는 것.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은 것도 회계처리를 투명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무려 23조원을 분식한 회사를 눈감아준 회계법인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간 비난을 면치 못한다는 생각이다.

▽징계 왜 연기됐나〓이날 쟁점은 대우 임직원과 회계법인에 대한 징계수위를 어떻게 결정하느냐는 것. 진동수(陳東洙) 증선위 상임위원은 “감리위원회에서 소명기회를 받은 대우 임직원들이 금감원 조사에 대해 “억울하다” “김전회장이 시켰을 뿐 나는 모르는 일” “나는 자리에만 있었지 무슨 일이 일어난지도 몰랐다”는 등 대부분 책임을 김전회장에게 떠넘겼다”고 밝혔다. 대우 부실회계를 눈감아준 회계법인을 어떻게 징계할지를 놓고도 뜨거운 설전(舌戰)이 오갔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대우그룹 계열사 외부감사인
대우계열사97년감사인98년감사인
㈜대우산동산동
대우통신청운안진
다이너스클럽코리아산동산동
대우전자세동안진
대우전자부품영화영화
대우중공업산동산동
대우자동차안건안건
대우자판산동산동
쌍용자동차삼일산동
경남기업안진안진
오리온전기영화안건
대우캐피탈세동안진
*주:세동은 안진과 합병, 청운은 해산절차 진행중
(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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