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지켜보고 있어"…전직원 총동원 각계정보 수집

  • 입력 2000년 8월 29일 19시 02분


정보가 돈으로 직결되는 시대.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삼성그룹의 독주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대목은 독보적인 ‘정보 역량’이다.

러시아가 영수증 발행 금전등록기를 수입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러시아 시장을 석권한 사례나 개각 내용을 당사자보다 먼저 알아낸다는 것 등은 이미 잘 알려진 삼성 정보력의 한 단면. 과연 삼성그룹은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고 어떤 채널을 통해 기업 경영에 활용하고 있을까.

▽임직원 전원이 정보원〓수만명에 달하는 삼성생명 보험설계사들을 비롯해 모든 임직원이 정보를 수집한다. 정보를 담당하지 않는 직원들도 수시로 입수한 ‘첩보’를 그룹내 사내 전산망 ‘싱글’이나 구두 보고를 통해서 ‘윗선’에 전달하는 일이 일상화돼 있다.

계열사마다 인사 홍보 기획 등 사업 파트별로 일상 업무와 정보 수집을 병행하는 직원이 2∼3명씩 있고 이들은 나름의 ‘정보 소스’나 정례적인 모임을 통해서 정보를 교환한다. A4용지 형태로 교환하는 정보는 중간 가공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전달되며 전문가의 정보가치 판별 분류 등급화 과정을 거쳐 최고위층에 보고된다. 이들이 취합하는 정보는 정치권 관계 기업 금융권 언론 연예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매일 A4용지 150장 이상이 될 정도로 방대하다.

이들 외에 정보만을 전담하는 전문인력도 상당수에 이른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 과거 ‘비서실’ 내에서 고참 임원을 책임자로 활동한 ‘정보분석팀’은 현재 ‘구조조정본부’에 소속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함이 없는 사람들’로 알려진 정보분석팀은 말단 조직에서 올라오는 정보의 가치를 분석하고 등급화하는 업무와 대외 ‘섭외’ 업무를 담당한다.

▽완벽한 인물 데이터베이스〓삼성 직원들은 주기적으로 영향력있는 자신의 지인(知人)에 대한 정보를 윗선에 보고한다. 취미 가족관계 친밀도 등 일반적인 사항에서부터 소소한 사안까지 모두 적어낸다. 여기서 취합된 인물 정보는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져 관리된다. 데이터베이스에 접근 영역은 철저하게 등급화돼 직급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르다.

특히 그룹 내에 근무하는 사람 중 고위급 인사의 자제는 ‘특별 관리’ 대상이다. 이들에 대한 정보는 별도의 데이터베이스로 관리되며 ‘유사시’ 고급 정보를 입수하는 ‘루트’로 활용된다.

▽퇴직자까지 정보원으로 활용〓삼성그룹은 최근 ‘잊혀진 삼성가족을 위한 또하나의 싱글’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를 통해 퇴직자들이 현재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수시로 정보 교류가 이뤄진다.

퇴직자들은 특히 삼성그룹 현역 직원들과 수시로 개별 모임을 가지면서 벤처업계나 다른 업체들의 동향 등에 대한 정보를 교류한다. 이같은 모임은 삼성SDS 출신들의 모임을 포함해 수십여개에 달한다.

최근 삼성그룹에서 퇴사한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말단에서 최고위층까지를 망라하는 방대한 정보수집 채널과 수집된 정보의 완벽한 데이터베이스화가 삼성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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