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시 체력 나쁘지않다"

  • 입력 2000년 8월 21일 18시 48분


돈이 증시에 들어와야 주가가 오르는 것인가, 아니면 주가가 올라야 돈이 증시에 들어오는 것인가.

올들어 지금까지는 대체로 앞의 논리가 우세했다.

그러나 증권거래소 시황분석실은 21일 과거 13년간의 데이터를 분석,뒤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내놓았다.

“현재 고객예탁금과 주식형수익증권잔고의 수준이 과거 13년간의 평균치에 비해 결코 낮지 않으며 이들 유동성지표는 주가에 선행하지 않고 오히려 동행 또는 후행하는 성격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거래소 황성윤 시황분석팀장은 “결론적으로 증시 대세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증시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현대문제로 인한 자금시장 불안과 이에 따른 투자심리 냉각”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조사에 따르면 또 시중부동자금 증가율이 크게 나타난 뒤에 주가상승 기간이 길고 상승률도 높게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시중부동자금이 30%이상 늘어난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주가가 일단 상승반전하면 상승탄력성이 매우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거래소에 따르면 88년 이후 예탁금과 주식형펀드잔고는 각각 5.4배, 9.7배 증가해 시가총액의 증가율 7.4배와 비교할 때 어느정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시가총액 대비 예탁금 비중은 2.6%로 과거 13년간 평균 2.6%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올해 예탁금의 시가총액 비중은 주가가 하락한 과거 6년간의 평균비중 2.1%보다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형펀드 잔고의 시가총액 비중은 20.1%로 13년간 평균비중 12.4%보다 무려 8%나 높았다.

예탁금 규모와 주식형펀드 잔고가 모두 주가의 등락에 따라 같은 해 또는 그 이듬해에 각각 늘거나 줄어드는 동행성 또는 후행성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식형펀드가 예탁금보다 후행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등락에 따른 증감의 정도도 예탁금보다는 주식형펀드가 훨씬 높았다.

한편 주가가 하락하는 시기에 시중 부동자금의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올들어 부동자금은 7월 기준으로 232조원에 달해 역대 최고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돈은 주가가 오르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증시가 상승추세로 반전될 경우 주가상승탄력도 그만큼 클 것으로 전망됐다.

동원경제연구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은 “수익증권 고객예탁금 등은 증시에 대한 영향력이나 응집력이 약한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자금의 집계치”라면서 “이같은 유동성 지표들은 기관, 외국인 또는 큰손 개인들의 얼마 안 되는 자금이 일으키는 증시 분위기의 역동적인 변화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후행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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