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결합재무제표 '속빈 강정'…당기순이익 적자

  • 입력 2000년 8월 13일 19시 08분


현대그룹이 실질적인 현금유입 효과가 없는 자산재평가와 회계방식 변경으로 1조7000억원의 흑자를 내 결합재무제표에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결합당기순이익이 744억원이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할 경우 엄청난 적자를 낸 것.

현대그룹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결합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사항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라크공사 미수채권의 회수가능성이 낮다는 점과 기아자동차 법인세 납부 등 추가현금지출 요인을 감안하면 현대그룹은 단순한 유동성위기를 겪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회계기법만으로 1조7000억원 흑자〓삼일회계법인은 현대상선 자동차 중공업 정공 기아자동차 등이 작년 유형자산의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변경해 결합당기순이익이 6016억원 증가했다고 주석을 달았다. 내용연수 변경은 예를 들어 회사가 갖고 있는 자동차의 수명을 5년에서 7년으로 늘려잡는 것. 이렇게 하면 매년 적립하는 감가상각비가 줄어들게 돼 그만큼 이익이 늘어난다. 삼성그룹은 내용연수 변경 이익이 290억원에 불과해 현대가 이익을 부풀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계기준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 공인회계사는 이를 제외할 경우 현대의 당기순이익률(순이익÷매출액)은 발표 당시 0.82%(비금융)에서 마이너스 0.1%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기아자동차와 현대투신증권은 자산재평가를 실시해 각각 1조470억원, 583억원의 차액이 발생했으며 전액 결손보전에 사용했다. 자산재평가는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부채비율산정 때 제외하기로 했던 것. 이를 감안하면 부채비율은 훨씬 더 높아진다.

▽이라크 미수채권과 추가현금지출〓현대건설과 종합상사가 보유하고 있는 이라크 공사관련 미수채권은 1조623억원. 현대건설은 현재까지 겨우 17억원을 회수했고1 나머지는 소송이 진행중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이라크가 걸프전 이후 유엔 경제제재를 받고 있어 최종회수결과를 예측할 수 없으며 결합재무제표에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기아차와 아시아차는 확정된 법인세 3460억원을 내야 하고 아시아차 브라질 현지법인은 계약조건 미이행으로 2291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할 위험에 처해 있다. 이 밖에 인천제철의 강원산업 흡수합병으로 인한 주식매수청구대금 1804억원,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 지급금 9억4200만달러 등의 현금유출 요인이 있어 발표치보다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한편 현대투신증권에 대해서는 누적된 영업부진과 대우그룹 워크아웃으로 누적결손금이 1조9544억원에 달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대한 중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생존이 의심갈 정도로 상태가 나쁘다는 평가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4대그룹 결합재무제표 주요지표

그룹명매출액경상 이익부채 비율총부채
현대69.90.5229.7 74.8
삼성86.45.5194.0101.0
LG51.74.1273.1 43.0
SK33.00.9227.6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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