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종금-제주銀 합병무산]시장기대 무너져 앞날 '캄캄'

  • 입력 2000년 7월 20일 18시 38분


중앙종금과 제주은행의 합병추진이 무산되면서 종금업계의 장래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태에 빠졌다. 한스종금(옛 아세아종금)이 20일 2차부도를 내 21일부터 영업정지에 들어가는 등 연이어 악재를 만나고 있다.

한스종금의 부도는 17일 스위스 컨소시엄으로부터의 투자유치 실패가 주요 원인이 됐다.

다음주 초 금융감독원이 6월말 기준 종금사 재무상태를 공개할 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 기준을 넘긴 4, 5개 종금사는 연말까지 합병―제휴―투자은행화 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퇴출대상’으로 지목된 3, 4개 종금사 가운데 ‘생존 능력과 의지’를 가진 일부 종금사도 8월말까지 필사적인 자구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20일 합병무산 소식을 접한 종금사 고위 관계자는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종금사의 장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만큼 중앙종금―제주은행의 합병은 빈사상태에 빠진 종금사 회생의 모델로 평가받으며 기대를 받아왔다.

외환위기 전 30개까지 늘어났던 종금사는 올 초 영업정지된 영남종금을 포함해 9개로 줄어들었고 수신예금도 97년의 1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감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종금사가 수많은 영업허가권(라이선스)을 받는 특혜를 누리고도 손쉬운 돈벌이에만 집착해 자기 앞길을 스스로 닫아버렸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무산은 시장의 신뢰를 깨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날 “6월 초 합병뉴스로 등 돌린 고객을 잡을 수 있어 주가가 뛰었지만 이제는 합병 등 뉴스도 ‘계약서에 도장찍기 전’에는 아무런 신뢰를 주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물론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는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 정부의 정책변화 등 합병을 어렵게 만든 외부요인이 없지는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중앙종금과 제주은행은 결과적으로 시장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은 책임을 모면하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종금사들이 추가 증자 등의 자본확충을 통해 각자 독자생존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시장의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시되고 있다.

정부로서도 결과적으로 시장에 맡긴다는 입장을 되풀이해 왔으나 ‘정부가 허락하지 않는 합병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기게 돼 부담거리가 될 수 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