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名변경의 득실]코스닥선 '참신한 이름찾기' 붐

  • 입력 2000년 5월 18일 18시 33분


쌍용그룹에서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로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에쓰-오일’로 이름을 바꾼 옛 쌍용정유. ‘쌍용’그룹에서 독립했다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분위기를 일신하는 차원에서 과감히 새 이름으로 바꿔 달았다.

새 사명은 대표 브랜드인 ‘슈퍼(SUPER)엔크린’의 이니셜을 따서 지은 것. 그러나 이 회사는 요즘 적잖은 ‘개명 비용’을 치르고 있다. 무엇보다 전국 1400개 주유소의 간판과 주유차량의 마크를 바꾸는 게 가장 큰 일. 회사측은 대략 5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TV와 신문 잡지 등에 여러 차례 사명변경을 알리는 광고를 하면서도 적잖은 돈이 나갔다. 직원들 명함 서식을 바꾸는 등 ‘사소한’ 비용까지 포함하면 개명 비용은 100억원 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업환경이 급변하면서 회사 이름을 바꾸는 기업들이 부쩍 많아졌다. 그렇다면 이에 따른 비용과 효과는 얼마나 될까. 회사 이름을 변경하려면 만만치 않은 비용과 수고가 들어간다. 개명은 그 비용보다 얻는 게 많다고 판단될 때 이뤄지는 것.

종합상사인 SK상사는 SK에너지판매와 SK유통을 합병한 것을 계기로 ‘SK글로벌’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98년 1월 ㈜선경에서 SK상사로 바꾼 데 이어 불과 2년만에 다시 개명을 하는 것은 향후 다각적인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는 상사라는 제한된 이미지로는 제약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개명 후보로 ‘SK디지털’ 등 첨단풍 이름들이 올라왔지만 외국에서 이미 쓰고 있는 ‘SK글로벌’로 결정했다. 완전히 새로운 이름보다는 개명에 따른 비용이 덜 들 것이라는 계산이 주로 작용했다. 개명 회사의 업종이 소비자와 밀접할 때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간다. 그만큼 ‘브랜드’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 한진증권이 미국의 프루덴셜그룹과 합작하면서 3월부터 새로 이름을 단 ‘메리츠 증권’은 사명 변경 이후 가장 먼저 개명 사실을 고객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써서 알렸다. 메리츠측은 이후 수십억원대의 광고비를 쏟은 결과 최근 인지도가 크게 올라가 만족해하고 있다. 특히 외국풍 이름이라 외국계 증권사로 ‘오해’받는 것이 오히려 회사 신인도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반응이다.

점점 까다로워지는 주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동양시멘트는 17일 43년간 지켜온 이름을 버리고 ‘동양메이저’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수년 전부터 활발히 벌여온 인터넷사업 등 사업내용이 ‘무거운’ 회사 이름 때문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 주주들로부터 “회사 이름을 좀 참신하게 바꿀 수 없느냐”는 전화도 많이 걸려왔다.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기업들 가운데는 첨단풍의 이름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거래소 시장에 비해 기업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아 회사 이름 자체가 주가 상승에 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

그러나 거꾸로 옛 브랜드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정보통신 소재 기업으로 변신 중인 제일모직은 한때 개명을 검토했으나 현재의 이름을 유지키로 했다. “그동안 제일모직 이름으로 쌓아온 신용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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