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重 "외국인투자자들 돌아와 주오"…지분1%로 줄어

  • 입력 2000년 5월 11일 19시 29분


현대중공업이 떠나버린 외국인투자자들에게 “과거의 내가 아니다”며 애타게 구애를 하고 있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최근 현중의 상황은 기업이 투자자들로부터 한번 신뢰를 잃으면 이를 회복하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를 ‘투자학 교과서’처럼 보여준다.

현대중공업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대표기업 중 하나. 매출 6조4000억원, 경상이익 4600억원, 조선부문 경쟁력 세계 1위, 종업원 2만6000명의 튼실한 회사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외국인투자자들은 현중을 외면, 현재 외국인 지분은 1%대에 불과하다. 외국인 지분이 한때 15%까지 육박했던 것을 감안하면 현중은 외국인들로부터 철저히 ‘왕따’를 당하고 있는 셈. 삼성전자(54.7%)나 SK텔레콤(29.5%)의 외국인 지분과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현중의 주가는 지난해 7만원에서 2만4900원까지 추락했다. 주당 5만2000원에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사원들도 한숨을 쉬고 있다. 왜 외국인들은 완숙기에 접어들어 매년 막대한 현찰이 들어오는 현중을 외면하는 걸까. 대우증권 이종승애널리스트는 “재벌식 경영에 대한 외국인들의 거부감 때문”이라고 말한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현중은 지난해 두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1조75억원을 조달했으나 계열사에 9942억원을 투자했다. 또 지난해말 기준으로 현대전자 강관 정유 등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액이 2조7600억원에 이른다. 현중이 현대그룹의 자금줄임을 입증한 것.

참여연대는 3월주총 때 이 점을 거론하며 현중의 계열사 지원행위를 비판했다.

“돈벌어서 주주는 무시하고 남을 도와주는 회사의 주식을 뭣하러 갖고 있느냐는 정서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팽배하다”고 참여연대 장하성교수는 말한다. 회계장부마저 믿지 못하겠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현대중공업도 올해부터 이런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계열사 지원행위를 비판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던 회사가 지난달에는 외국인투자자 40여명을 울산 현중 공장으로 초청, 기업설명회를 갖고 융숭한 접대를 했다.

사외이사를 전체 이사진의 절반으로 늘려 부당한 계열사 지원행위를 차단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산주 펀드도 5000억원으로 늘려 주가관리를 강화하고 현대투신 부실사태 때도 계열사 지원을 하지 않았다. 이사회가 경영현안을 놓고 몇시간씩 토론을 하는 등 ‘거수기 이사회’의 모습을 탈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보인다.

요즘 현중 재무팀 관계자들은 시시각각 주식모니터를 보면서 주가는 물론 외국인 지분을 체크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 돌아오는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회사측은 “행동으로 보여주면 언젠가는 투자자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지만 신뢰의 상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뼈저리게 느끼는 분위기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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