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대기업 본사 지방이전 "경제성 없다" 난색

  • 입력 2000년 5월 10일 18시 46분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 장관이 재계에 ‘대기업 본사의 지방이전’을 공식요청하자 재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삼성 현대 LG SK 등 주요 그룹은 공식적으로는 “계열사별로 지방이전 가능성을 검토해 보겠다”며 정부에 성의를 표시하고 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지방이전의 어려움을 들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역균형발전차원에서 민간대기업과 공기업의 지방이전을 강조한 만큼 결국 일부 계열사의 지방이전 등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방이전기업에 많은 혜택을 주겠다〓이헌재 장관은 9일 경제5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대기업들의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권오규(權五奎)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몇개 대기업에서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며 “지방이전 기업에 대해 최대한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방이전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내년말까지 이전의사를 밝히고 부지를 마련한다면 실제 이전시기와 관계없이 5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작년 8월 ‘기업의 지방이전 촉진대책’을 통해 지방이전기업에 금융, 세제지원과 함께 배후도시 개발권을 부여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주요 그룹 중 본사의 지방이전계획을 발표한 사례는 거의 없다. 지방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계열사도 주요 부서는 서울에 두는 경우가 많다.

▽검토는 해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현대그룹은 현재로선 지방이전계획이 전혀 없으며 특히 그룹본사를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현대 관계자는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면 지방자치단체의 세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지역균형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지방이전에 따른 비용 등을 감안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현대는 정부요청이 공식적으로 오면 계열사별로 지방이전의 타당성을 검토해보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일단 계열사별로 지방이전의 타당성을 검토하겠지만 주요 계열사의 지방이전은 불가능하다는 입장. 삼성 관계자는 “삼성은 세계시장을 상대로 하는 국제적 기업인 만큼 외국과의 교류를 고려해야 한다”며 “서울이 제공하는 각종 기반시설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LG그룹은 현재 계열사인 LG에너지와 LG마이크론이 각각 충남 당진과 경북 구미에 있는 점을 강조하며 앞으로도 계열사별로 지방이전을 검토할 방침. LG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정부에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는 “지방이전의 경제성이 높다면 이미 이전했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 지금까지 지방이전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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