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벤처기업 과도한 지원 축소해야

  • 입력 2000년 4월 24일 14시 00분


정부의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 역할은 축소돼야 하며 앞으로 정부의 역할은 시장공시제도의 강화, 불공정거래에 대한 감시감독 강화 등 시장 및 제도정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벤처산업의 발전전망과 정책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코스닥 시장 활성화 등 벤처산업으로 투자자금이 초과되고 있는 징후를 보이는 등 버블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정부의 지원이 과도할 경우 벤처기업들의 자본이득 추구 성향과 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지난 97년 ‘벤처기업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 이후 벤처캐피탈의 활성화, 투자자 및 벤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벤처산업의 초기 시장형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잘 완수돼 벤처붐을 일으키는 등 정부의 촉매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현재 코드닥시장, 벤처캐피탈, 엔젤투자가, 국내 대기업, 외국인 투자 등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시장이 이미 잘 형성돼 있고, 투자자금이 벤처산업으로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 등 이미 벤처시장은 공급자 시장에서 수요자시장으로 전환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1997년 12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으로 벤처지정제도가 도입된 이후 작년 5월 정부의 코드닥시장 활성화 조치 방안에 따라 코스닥등록법인에 대한 세제지원, 750개 유망기업에 대한 등록 유치활동 강화, 벤처기업의 코스닥 등록요건 완화 등에 따라 시장활성화가 크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작년 이래 정부의 저금리 정책과 벤처육성 정책에 따라 예상보다 빨리 벤처산업 활성화가 이뤄지고 현재는 버블이 우려되는 상황에까지 도래했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시점에서 정부가 공공벤처펀드를 통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공공벤처펀드를 통해 투자확대를 꾀할 경우 민간부문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를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지원이 과도할 경우 벤처기업들이 기술혁신과 경영실적보다는 코스닥시장 등록이나 증자를 통한 자본이득 추구를 우선시하고 투자가들이 벤처투자시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만드는 도적적 해이에 빠뜨릴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향후 벤처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은 시장공시제도의 강화, 시세조정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시감독 강화, 전산기능 확충 등 시장 및 제도여건의 정비와 하부구조 확충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의 성소미 연구위원은 “지난 97년 이래 벤처기업 육성 특별법이 제정된 상황과는 다르게 벤처활성화가 이뤄진 시점에서 무조건의 지원이 좋다는 식의 시각은 바뀌어야 한다”면서 “상황이 바뀐 만큼 특별법의 만료시한인 2007년 이전에 정부의 지원역할을 축소하는 것을 신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성 위원은 “정부의 코스닥 등록요건 완화 방침에 따라 벤처기업의 경우 납입자본금, 자기자본, 자산총계, 자본잠식상태, 경영성과, 부채비율에 대한 제한이 없고, 주식분산비율만 충족하면 어떤 기업도 등록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벤처기업의 경우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벤처기업이 누리는 지원효과 뿐만 아니라 기존의 중소기업이 누리는 각종 혜택까지 누리고 있어 인센티브상 왜곡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는 벤처기업의 숫자 증가나 고용효과를 강조하기 보다는 지식정보화를 통한 산업구조의 고도화나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초기 벤처붐 조성시기와 같은 홍보나 분위기 띄우기식의 자세는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 위원은 “코스닥시장 활성화와 벤처붐 속에서 고성장-고수익-고위험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자극하는 등 이미 국내 벤처시장이 형성돼 앞으로 벤처산업의 긍정적 변화는 지속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벤처초기에 과도한 자본이득이 발생해 자금의 비효율성이 높아지고 버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향후 코스닥시장은 수차례의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핵심역량을 축적하는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기석<동아닷컴 기자> dong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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