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特需요? 거품많죠"…전문가들 '현실론' 제시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8분


“북한 특수, 글쎄요.”

총선을 이틀 앞두고 터져나온 남북정상회담 소식에 각 기업과 북한전문가들은 앞다투어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해 건설 수주액 140억달러에 이르던 중동특수와 맞먹는 북한 특수가 곧 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달력 한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벌써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상회담이 ‘중동특수’와 맞먹는 ‘북한특수’를 가져온다는 것은 과도한 환상이라는 것.

전문가들이 “최대한 낙관적으로 생각하더라도 단기간에 돈이 되는 남북경협은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대북사업의 ‘전주(錢主)’를 찾기 어렵기 때문.

▽일본자금 유치〓전문가들은 우선 기업들이 크게 기대를 걸고 있는 일본자금 유치에 대해 실현가능성이 적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연구원(kIET)의 한 관계자는 “북일수교시 일본이 배상금차원에서 북한에 50억달러를 지불하면 우리 기업들이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사업에 뛰어든다는 계획은 극적인 정치적 협상 없이는 ‘희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측은 “일본 정부가 배상금을 준다고 해도 북한이 이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지도 않을 것이며 배상금의 상당 부분을 자국기업이 생산하는 현물출자로 대체하고 SOC사업에도 일본기업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제기구 자금 유치〓정부는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에서 25억∼45억달러의 차관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측은 이에 대해 고개를 젓는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국제기구에 가입하려면 재정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경상거래를 자유화해야 하는데 북한이 이를 준수하기가 어렵고 설령 북한이 국제기구에 가입한다 하더라도 국제기구측에서 북한에 큰 규모의 차관을 대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보증을 서고 국내 기업이 주도, 해외 금융기관이 돈을 대는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을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 북한의 신뢰수준을 볼 때 이 또한 어렵다.

▽북-미관계〓결국 남북협력기금 대외경제협력기금 한국국제협력단자금 등 1조원에 달하는 국내자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정도의 자금으로 특수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이 시나리오도 걸림돌이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홍지선 북한실 실장은 “북한에 진출할 섬유 신발 등 경공업 업체들은 제품을 대부분 미국에 수출해야 하는데 미국이 아직까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대북제재는 오히려 더 가혹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북사업에 대한 과도한 환상을 자제하고 한발씩 나아갈 때만 남북경협은 실마리가 풀린다”는 것이 홍실장의 주문.

전문가들의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듯 남북정상회담 발표 이후에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각 증권사가 발표하는 남북경협 수혜주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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