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역빅딜론 재부상…삼성"車지분 20% 유지"

  • 입력 1999년 10월 14일 19시 35분


삼성그룹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는 이른바 자동차 ‘역빅딜설’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삼성차의 원활한 매각을 위해서라면 삼성그룹이 삼성차 지분을 일부 유지해도 무방하다고 밝힌데 이어 삼성측도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삼성이 자동차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권단에 따르면 삼성은 대우전자―삼성차 빅딜 협상과정에서 거꾸로 삼성이 대우차를 인수하는 역빅딜을 끈질기게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역빅딜 시도했었나?

▽역빅딜 전말〓삼성차―대우전자간 빅딜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지난해 12월7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에서였다.

하지만 이후 두 그룹간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고용승계 △SM5 계속 생산 △인수가격 등 굵직굵직한 사안에 대해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당시 협상 과정을 지켜본 삼성차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무엇보다도 자동차에 대한 삼성측의 애착이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삼성측이 대우와의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정부기관 등 요로에 역빅딜 가능성을 타진하며 대우를 압박했다”고 말했다.

라이벌인 현대그룹과의 향후 경쟁에서 자동차 없이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 대우자동차를 거꾸로 인수하는 방안을 치밀하게 추진하게 됐다는 것.

협상 막판에 대우의 자금사정이 심각해지자 대우 내부에서도 4조원선에서 대우차를 삼성에 넘겨주자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세계경영’의 꿈을 펼치는데 발판이 된 대우차에 평생승부를 걸어온 김우중(金宇中)회장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대안이었다.

정부입장에서도 빅딜의 명분상 용인할 수 없는 시나리오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삼성이 원하는 역빅딜은 수면밑으로 가라 앉았다.

▽빅딜 왜 무산됐나〓지루하게 이어지던 빅딜 협상이 다시 불붙은 것은 5월초.

김대통령은 공사석에서 재벌구조조정의 부진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고 경제관료들은 삼성측에 결자해지(結者解之)차원에서 책임지고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 대우 한때 긍정검토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6월말까지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라”며 “그렇지 못할 경우 책임이 있는 기업과 기업주에 대해 금융제재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삼성측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삼성측은 이위원장의 말이 결코 엄포용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는 사재출연에 대한 이건희회장의 재가를 받아 삼성차를 법정관리를 통해 처리한다는데 금감위측과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삼성은 결국 6월30일 대우그룹과의 빅딜 무산과 삼성차 법정관리를 공식 선언했으며 이건희회장은 삼성차 부채 처리를 위해 사재 2조8000억원(삼성생명 주식 400만주)을 내놓았다.

대우그룹은 더 큰 수모를 당했다. 그룹은 사실상 ‘무장해제’되었고 12개 계열사는 워크아웃에 들어갔으며 김우중회장은 대우자동차의 경영권을 내놔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삼성 대우 양쪽이 모두 패배한 결과가 되고 만 것.

▽다시 부상하는 역빅딜 시나리오〓대우의 워크아웃이후 삼성의 역빅딜론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는 “조금만 더 버텼더라면…”이라며 아쉬워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도는 분위기.

★ 김우중회장이 거부

최근에는 삼성그룹이 삼성차 지분을 일부 유지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채권단에 전달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를 계기로 재계에선 역빅딜설이 모락모락 퍼지고 있다.

물론 삼성측은 삼성차의 원활한 매각을 위한 것이지 자동차 경영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며 역빅딜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자동차 채권단도 외국의 인수희망업체가 원한다면 삼성이 20% 정도의 지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 지분이면 적지 않은 몫인데다 경영권과 상관없이 지분만 갖겠다는 말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이때문에 삼성이 삼성차 지분을 유지하고 대우차를 해외업체와 공동인수한 뒤 삼성차―대우차를 한데 묶어 자동차산업에 재진입할 것이라는 설까지 무성하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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