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특례 폐지유보 배경]총선票의식 보름만에 '없던일'

  • 입력 1999년 9월 8일 19시 24분


국민회의가 추진중인 과세특례제 폐지의 연기방안(일부지역 제외 본보 8일자 1면 보도)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전형적인 선심정책으로 폐지발표 보름여만에 다시 뒤짚는 정부와 여당의 행태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엄낙용(嚴洛鎔)재정경제부 차관은 8일 “과세특레제 폐지에 대해 당정협의과정에서 일부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다”며 “정부는 당이 의견을 정리하면 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엄차관은 “과세특례제 폐지는 이미 당과 정부가 당위성에 대해 공감한 사안이지만 영세사업자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심하다는 당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해 폐지백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관련, 국민회의 장성원(張誠源)제2정책조정위원장은 “시간을 갖고 과세특례제 문제를 처리하도록 재경부에 입장을 전달했으며 당도 과세특례페지 시행시기에 대한 당론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세형평보다는 득표〓봉급생활자들은 한푼도 빠짐없이 세금을 내고 있는데 비해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매출액을 줄여 신고해 과세특례나 간이과세자로 지정받고 세금을덜내는 등 과세형평의 문제가 심화돼왔다.

◆불공평과세 개선 뒷전

이에 따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간의 불공평과세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과세특례제 폐지방안도 이를 시정키위한 수단으로 제시된 것.

국민회의측이 합의를 해줬다가 이번에 다시 번복하려는 배경엔 내년 총선의 득표에서 봉급생활자의 불만보다는 고소득자영업자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것이 더 이득이란 계산이 깔려있다.

특히 개혁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당측의 논리에 쉽게 굴복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엄차관은 “정책이란 시행과정에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라며 슬거머니 물러섰다.

▽누가 득 보나〓과세특례제를 폐지해도 기존 영세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세부담증가는 거의 없다. 오히려 새로 생기는 각종 공제를 활용하면 오히려 세금을 덜 낼 수도 있다.

기존 과세특례자 113만명중 매출 2400만원미만의 소액부징수대상자 103만명은 계속 부가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다.

소액부징수자는 구멍가게 개인택시 용달 등 장부를 쓰거나 세금계산서를끊어줄 능력이 없는 사업자들로 지금과 마찬가지로 보호받는 것.

◆선심정책 효과 의문

세부담이 늘어나는 사업자는 매출 2400만원이상 4800만원미만인 약 10만명이다. 이들은 매출액의 2%를 부가세를 냈지만 제도가 바뀌면 업종에 따라 2∼4%로 세금이 오른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서도 충격을 줄여주기 위해 약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세율을 올리고 각종 세액공제헤택도 신설할 예정이었다. 따라서 개혁정신을 깡그리 무시한 이런류의 선심정책들이 총선득표에서 과연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확실치 않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