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銀 매각협상 결렬…減資등 통해 국영銀 변신할듯

  • 입력 1999년 8월 31일 18시 59분


정부가 영국계 은행인 HSBC와 추진해온 서울은행 매각협상이 완전 결렬됐다.

정부는 3일 금융감독위원회를 열어 서울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감자명령을 내리는 등 공적자금 투입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기로 했다.

서울은행 해외매각 실무책임자인 금감위 남상덕(南相德)심의관은 “HSBC와 6개월간 협상을 벌였으나 매각조건에 대한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해 매각협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고 31일 밝혔다.

▽결렬 배경〓양측은 서울은행 자산부채 실사기준을 놓고 심각한 의견대립을 빚어 왔다. 즉 정부는 2월22일 맺은 양해각서(MOU)대로 금융감독원 기준에 따라 실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HSBC측은 보다 엄격한 국제기준에 따를 것을 고집했다.

뉴브리지캐피털과 벌이고 있는 제일은행 매각협상에서는 국제기준을 따르면서 왜 우리에게만 금감원 기준을 강요하느냐는 게 HSBC측 주장. 그러나 국제기준을 따를 경우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어 정부측도 양보하기 어려웠다.

제일 서울은행 중 어느 한 곳만 해외에 팔아도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양해도 결렬선언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서울은행의 진로〓현재 3000억원의 자본잠식상태에 있는 서울은행은 유동성 부족으로 신규대출이 중단되는 등 은행의 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 상반기중에만 755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일 금융감독위원회에서 공적자금 투입을 위한 정지작업에 나설 계획. 서울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증자지원과 부실채권 매입에 약 4조5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6월 제일은행 감자의 예에 비춰보면 서울은행 소수주주의 주식(6%가량)도 100% 감자될 전망. 이에 따라 서울은행은 정부가 100%의 지분을 갖는 국영은행으로 탈바꿈한다.공적자금 투입 후 서울은행 경영은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한다는 당초 취지를 살리기 위해 국제적으로 저명한 금융인을 최고경영자로 영입하거나 유수의 금융기관을 선정해 경영을 맡길 계획.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서울은행 지분은 은행경영이 정상화된 이후 해외매각을 통해 처분한다.

▽금융구조조정 삐거덕〓서울은행 해외매각협상 결렬로 ‘막대한 혈세(血稅)를 쏟아부었던 금융 구조조정 작업이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한 채 원점을 맴돌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 말 MOU를 맺고 협상을 시작한 제일은행 매각건은 8개월째 진척이 없다.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마저 “연내 매각은 어렵다”고 털어놓을 정도.

금융계 일각에서는 현물출자를 포함해 7조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제일은행과 앞으로 그만한 돈이 투입될 서울은행을 퇴출시키지 않고 살려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비판이 비등해지고 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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