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12개 계열사 워크아웃 신청 배경과 의미]

  • 입력 1999년 8월 26일 19시 55분


금융시장의 안정을 뒤흔들 ‘핵폭탄’으로 여겨져온 대우그룹 사태는 결국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라는 고강도 조치를 통해 ‘뇌관’을 제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게 됐다.

대우그룹 워크아웃 소식에 금융계는 “대우의 채무상환 능력을 감안할 때 충분히 예견된 수순”이라며 당연하다는 반응이고 대우사태의 해결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대우그룹 계열사 중 우량 업체는 워크아웃을 통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그 부담은 채권단 전체의 부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배경〓금융당국은 당초 5대그룹 계열사에 대해서는 워크아웃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운 바 있다. 한 회사라도 워크아웃 대상이 될 경우 파장이 큰데다 자구노력도 가능하기 때문.

이에 따라 대우와 채권단은 열흘전만 해도 대우그룹 워크아웃을 3·4분기(7∼9월) 구조조정 성과를 봐가면서 논의키로 했을 정도다. 그러나 대우를 둘러싼 금융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금융계에서는 대우채권의 손실 규모를 20조∼3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달들어 ㈜대우와 자동차 중공업 전자 등 핵심계열사를 중심으로 자금문제가 다시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았다.

대우 계열사들의 생산과 영업이 위축되고 미수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협력업체의 자금난도 극심해졌다. 협력업체들이 금융기관에 지급을 요구했으나 결제가 거절된 진성어음만 3000억원에 달했고 시장에는 대우의 미결제 어음이 총 4조원을 넘는다는 얘기가 퍼졌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이 23일 금융기관 사장 80여명을 불러 대우에 대한 금융지원을 독려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대우 계열사와 협력업체의 연쇄부도로 대우그룹 구조조정 자체가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자 채권단은 결국 워크아웃을 택했다.

▽앞으로의 절차〓워크아웃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해당 계열사의 채무상환 의무가 3개월 동안 유예되고 필요할 경우 1회에 한해 1개월 더 연장된다.

채권단은 앞으로 사흘이내에 채권신고를 받아 워크아웃 대상 계열사에 대한 각 채권금융기관의 채권을 확정하게 된다. 채권단의 대출금 지급보증 기업어음(CP) 회사채 등은 채권행사 유예대상에 포함되지만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금융기관의채권과변동금리부채권(FRN)

전환사채(CB) 등 해외 유가증권은 제외된다. 워크아웃에도 불구하고 매각대상 계열사나 잔존 6개 계열사에 대한 처리는16일발표된당초 계획대로 진행된다고채권단관계자는전했다.

▽해결과제와 전망〓12개 대우 계열사는 워크아웃으로 일단 향후 3개월간 시간을 벌었다. 채권단은 이 기간에 현재 추진중인 계열분리를 서두른 뒤 신규자금지원을 통해 영업과 생산을 활성화하고 필요할 경우 출자전환으로 부채규모를 줄일 방침이다.

워크아웃 기간 중 협력업체들의 진성어음이 정상적으로 결제되기 때문에 부품 조달중단 등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전망.

그러나 워크아웃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외국계 금융기관과 제2금융권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크아웃에 따른 임직원들의 동요를 가라앉히는 것도 과제다.

〈박원재·신치영기자〉 parkwj@donga.com

◆워크아웃(workout)

법정관리나 화의신청 등 법원에 의한 강제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채권단과 대상기업간에 채무조건 완화 등 사적(私的)화의를 시도하는 것으로 ‘기업개선작업’으로 번역된다.

회생 가능성은 있지만 일시적으로 재무압박을 받는 기업이 주로 대상이 된다.

워크아웃의 성패는 주요 채권금융기관들이 대상기업이 제시한 채무상환계획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동의하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워크아웃은 채무기업이 채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채권금융기관을 설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채권금융기관들은 채무조정을 위한 구체적 수단으로 △대출원리금의 상환유예 △이자감면 △단기대출의 중장기전환 △대출금 출자전환 △신규자금 지원 등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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