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30대그룹 「출자 총액제한」 부활 검토

  • 입력 1999년 7월 12일 20시 08분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 2월 폐지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은 12일 “30대 그룹의 내부지분율이 98년 4월 44.5%에서 99년 4월 50.5%로 크게 높아지는 등 출자총액 제한제도폐지 이후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전위원장은 또 “재벌의 지배구조를 지주회사체제로 바꾸기 위해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가 전제돼야 하지만 재벌들이 자발적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려 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없앤 것은 외국인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허용한 후 국내재벌그룹의 계열사에 대한 출자를 제한할 경우 이들 기업의 경영권방어를 위한 주식취득이 불가능해지는 데 따른 것.

그러나 지난 한 해 동안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가 한차례도 일어난 사례가 없고 우리나라 기업의 상호지급보증 해소, 노사협조체제 정착 등이 미흡한 상황에서 앞으로도 한동안 외국인의 적대적 M&A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공정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반해 30대그룹의 재벌총수 및 가족지분율은 5.4%로 작년대비 2.5%포인트가 감소해 동일인 및 특수관계인이 보다 낮은 지분율로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또 SK그룹의 경우 SK증권의 유상증자에 SKC SK건설 SK에너지판매 등 계열사만이 참여하거나 한진그룹의 경우 대한항공 한진건설 한진해운 등 계열사가 한진투자증권 증자직전에 주식을 취득해 주주가 되거나 지분율을 높여 부당지원행위로 판정받는 등 유상증자를 통해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사례도 실제로 나왔다.

하지만 공정위의 공식 입장은 아직 “재벌 구조조정의 진행상황을 좀 더 지켜본뒤 부활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삼성화재 에스원 등의 경우 외국인지분이 50.3%, 51.6%, 53.9%에 이르는 등 외국인의 국내 우량기업 지분이 대폭증가하고 있고 SK텔레콤의 경우 실제로 경영권방어를 위해 2251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21.2%에서 25.2%로 올린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일부에서는 지주회사로 전환하고자 하는 재벌에는 출자총액제한을 풀어주고 그렇지 않은 재벌에게는 이전보다 엄격하게 출자총액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절충론도 나오고 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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