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거두기 실태]「체육진흥」등 갖은 명목 징수

  • 입력 1999년 6월 29일 19시 30분


누구나 해외여행시 관광목적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1만원을 낸다. 야구장에 들어갈 때도 8000원짜리 지정석표를 끊으면 400원을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낸다. 영화관에서 6000원짜리 영화를 보면 366원을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낸다. 담배1갑을 피울 때도 작지만 2원씩 꼬박꼬박 국민건강증진기금을 낸다. 자동차 면허증을 신규로 발급받거나 경신할 때도 5400원씩을 도로교통안전기금으로 낸다. 복수여권을 발급받으면 국제교류기금으로 1만5000원을 낸다.

국민들은 생활 속에서 알게모르게 적지않은 돈을 기금 형태로 내고 있으나 정작 이 기금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지 못한다.

기획예산처가 밝힌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왜 이런 돈을 내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문예진흥기금으로 운영되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230억원에 달하는 무모한 주식투자로 97년말 현재 114억원의 평가손을 입었다. 또 골프장인 뉴서울컨트리클럽을 자회사로 운영하면서 다른 골프장에는 없는 상무이사 상임감사를 두어 자금을 낭비해왔다.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스포츠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스포츠TV㈜에 516억원을 출자했다가 누적적자 376억원을 기록했고 올림픽파크텔이란 직영호텔을 운영하면서 90년이후 14억원의 적자를 봤다.

교통안전기금으로 운영되는 교통안전공단은 설비투자에 2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리빙케이블TV’사업에서 97년 현재 294억원의 적자가 누적됐다.

도로교통안전기금으로 운영되는 도로교통안전협회는 유선방송사업허가 신청이 반려됐음에도 불구하고 95년 첨단 영상제작 스튜디오를 건립하느라 21억원을 낭비했다.

공무원연금기금으로 운영되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서울 부산 광주 제주 등 4곳에 상록회관을 운영하고 있으나 97년 투자수익률은 당시 회사채수익률 연 10%에 훨씬 못미치는 4.4%에 불과했다. 역시 이 공단에서 운영하는 종합청사 후생관은 직원이 50명에 불과한데도 매년 1억3000만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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